동구 여성 매춘여원정 유럽전역 50만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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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발의 미녀 모니카 (19) 는 헝가리 여대생이다.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마을 좀바틀리에 사는 그녀는 용돈이 떨어질만 하면 택시로 국경을 넘는다. 도로변이나 강가에 택시를 대고 그 안에서 '야간영업' 을 하는 동안 동업자인 택시운전수는 망을 봐준다. 그녀는 하룻밤이면 보통 헝가리 봉급쟁이의 한 달치 월급을 간단하게 번다. 새벽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번 돈을 택시운전수와 똑같이 나눠 갖는다.

동.서유럽 접경지대에서 성행중인 이런 자발적 원정매춘은 화대를 택시기사와 반반씩 나눈다고 해서 흔히 '피프티 - 피프티 (50 - 50)' 로 불린다.

슬로바키아나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통하는 국경도로는 아침마다 '피프티 - 피프티' 원정에서 돌아오는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동유럽여성의 서유럽 매춘이 유럽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소련과 동유럽 붕괴 이후 서유럽으로 건너와 몸을 파는 동유럽여성이 최근 7~8년 사이 급격히 증가해 거의 통제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유럽연합 (EU) 은 그 수를 5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국가에서는 매춘업계 종사여성의 75%가 동유럽여성이라는 보고도 있다.

범죄조직이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마피아조직들은 1명당 보통 2만달러쯤 떨어지는 매춘을 마약보다 더 수지맞는 장사로 친다고 한다. 가장 큰 시장은 매춘이 합법화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네덜란드·벨기에 등. 공급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불가리아·알바니아·발트3국 등 동유럽 전역이 망라돼 있다.

EU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하지만 국가별로 매춘에 대한 법과 제도가 다른 데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어 해결은 요원한 실정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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