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성해야 할 국군포로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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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25전쟁때의 국군포로 50~60명이 생존해 있다고 포로로 잡혀 있다 북한을 탈출해 온 양순용씨가 증언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국군포로가 북한에 억류돼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몇년 전에도 알려지기는 했지만 그들이 겪은 고초에 대해 양씨가 생생하게 전달한 이야기는 새삼 놀라움과 함께 분노를 자아낸다.

우리의 분노는 물론 북한의 잔인성에 대한 것이지만 목숨까지 바쳐 가며 나라를 지키려다 북한에 포로로 억류된 용사들에게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우리 자신의 소홀함에 대한 분노도 감출 길 없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가졌던 관심이라야 최근 몇년동안 북한 탈출 인사들에 의해 실상이 알려지면서 일시적으로 가졌던 것이 고작이다.

그러한 분노에 더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당국에 의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처리된 인물들이 엄연히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다. 포로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무능의 반증이다. 북한의 온갖 박해를 받아 가면서도 남녘 고향과 가족만을 가슴 속에 간직한 채 살아 온 그들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앞설 뿐이다.

이처럼 우리가 국군포로문제에 소홀했던 데는 북한을 상대로 교섭해 봤자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자포자기의 심정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당연히 그러려니 하면서 자신의 무관심을 합리화하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껏 정부가 포로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당국이 6.25 당시 전사자와 실종자, 포로의 실태를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깊이 반성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의 반세기 전에 전사한 자국민의 유해를 찾기 위해 북한과 끈질기게 교섭하는 미국에 견줘 부끄러울 따름이다.

국민과 당국은 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송환되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상대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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