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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섭외작가 김희수의 눈에 비친 연예계 사람들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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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섭외작가. TV 오락프로에 출연하는 게스트를 섭외하는 게 일이다. 방송작가 중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들이 특화한 분야. 기획단계에서부터 대본 작성까지 빠짐 없이 참여하지만 특히 연예인 섭외가 주업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연예인의 이면은 어떤 모습일까. "연예인은 정말 달라요. 그들도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 방송3사에 5명 정도 활동하는 섭외작가 중 한사람인 김희수 (28.KBS '가족오락관' '세 바구니의 행복' 담당) 씨는 이렇게 단언한다. "사인 (私人) 으로서 연예인은 대개 화려한 걸 아주 좋아해요. 외제차.고급 옷 등이 가끔씩 도마에 오르는데 그건 이쪽 풍토예요. 또한 개방적이고 스스럼 없죠. 그게 문란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저는 이런 게 바로 끼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그들은 브라운관 속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젊은 연예인들의 공통점은 이해관계에 밝다.

나이 든 연기자들 중엔 "팬들을 위한 책무" 라 생각하며 출연 스케줄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요즘 세대는 차이가 있다. "우선 이 프로에 출연하는 게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팬들을 위해' 라는 식으로 제안하면 희망이 없죠. " 그래서 항상 인기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주변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섭외가 아주 잘 되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 새로운 음반을 내거나, 연극 출연, 사업 시작 등 뭔가 홍보가 필요한 일을 벌인 사람을 찾으면 아주 쉽다.

매니저나 매니지먼트사에서 신인을 발굴해 키울 땐 같은 소속 연예인들의 등장이 잦아진다.

물론 신인을 무대에 세워준다는 제작진과의 암묵적 약속이 따른다. 아예 노골적으로 누군가를 무대에 세워달라며 자신이 직접 출연을 제의해오는 연기자도 있다.

평소 오락프로에 잘 안 나오던 인기인이 갑자기 자주 보이면 분명 이런 이유들이라는 귀띔. 6년째 섭외작가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문득 문득 마음이 상한다. 가장 불쾌한 건 인기를 얻으며 사람이 달라지는 걸 볼 때다.

지금은 인기정상인 모 탤런트. 신인 시절에 그는 무조건 90도였다. 선배.PD.작가 모두에게 아주 싹싹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목례도 없다. 모 가수도 마찬가지. 남자 연예인들은 이렇게 '기브스 형' 으로 바뀌는 일이 많다. 여자들은 '공주 형' 변모가 흔하다.

처음엔 일찍 나와 대본도 찾아 보고 열심히 준비하는 듯 했지만 일단 스타가 되고 나면 대본을 찾기는커녕 한 번 들춰보지도 않는 사람까지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일로 연장되면 정말 화가 납니다.

출연 펑크나 취소, 녹화장 지각이 대표적이죠. 늘 같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죠. " 물론 변함 없이 진지하고 성실한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

그녀는 남자 스타 중 최수종.김민종.신현준을 여자 중에선 이승연을 괜찮은 연예인으로 꼽았다.

출연료 문제로 마찰이 생기는 걸 볼 때도 기분이 좋지 않다. 하루 나와서 1백만원 정도 받으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닌 것 같은데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사람이 나온다.

올들어 김씨의 일이 편해졌다. IMF 때문이다. 10대 취향 쇼 프로들이 폐지되고, 이벤트가 줄어들면서 가수.개그맨 섭외가 한결 쉬워졌다.

"특히 프로필을 보내오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부쩍 늘었어요. 취업난 때문이겠죠. "

글 = 강주안 기자 사진 = 나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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