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구입은 천천히 새 아파트 청약은 열심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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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집을 사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산다면 언제가 좋을까.” 집을 장만해야 하는 사람들이 항상 안고 사는 고민이다.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어수선하고 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런 고민에 대해 국내 5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킹(PB) 사업단의 부동산팀장들은 “집 구입은 천천히… 청약은 적극적으로”라는 답을 내놨다. PB사업단은 자산가들의 부동산 재산을 관리해 주고 투자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가 그룹이다. 큰손들이 움직이는 대로 부동산 시장이 따라가는 일이 많은 현실에서 이들 자산가의 투자 성향은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부자들, 투자는 늘리지만=5개 은행의 부동산팀장들은 “요즘 부자들이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려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은행 안명숙 팀장은 “인플레이션(화폐 가치 하락 속 물가 상승)에 대비해 의도적으로 부동산 비중을 높이려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팀장은 “지난해 말에는 투자 상담이 거의 없었으나 요즘은 하루 평균 15건 정도 상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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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산 규모별로 관심 부동산이 다르다. 투자금 10억원 미만을 보유한 사람들은 분양아파트에 관심이 많고 30억원 이상은 강남권 소형 빌딩을 주로 찾는다.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주택시장에는 흥미가 떨어졌다고 한다. 신한은행 이남수 팀장은 “고객들이 주로 서울 강남권 주택을 눈여겨 보는데 최근에는 급등한 가격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관망한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손경지 팀장도 “심지어 한강변 재건축 재료가 있는 압구정·여의도 아파트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집 사려면 급매물을=돈이 잘 돌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주택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부동산팀장들의 조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팀장은 “정부가 돈을 많이 풀고 규제 완화책도 잇따라 내놨다면 집값이 급등하는 게 정상”이라며 “올 들어 강남권 일부 아파트만 잠시 들썩거린 건 그만큼 시장 체력과 투자 심리가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값이 내릴 가능성도 작은 만큼 실수요자라면 시간을 두고 관심 지역의 급매물을 찾는 게 유리하다고 한다. 우리은행 안 팀장은 “서울 강동구 저층아파트 단지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수혜가 예상되는 성수·자양·당산동 등의 노후 주택지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강북권 재개발 단지도 유망한 상품으로 꼽힌다. 기업은행 김일수 팀장은 “내년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나 서울시가 재개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 호재가 나오면 재개발 시장이 상승 기류를 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자신의 자산 규모에 맞는 집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 하나은행 손 팀장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집값의 30% 이상 대출받는 건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기존 주택 매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PB들도 새 아파트 청약은 적극적으로 권한다. 올해 경기 광교신도시, 서울 은평뉴타운, 서울 흑석뉴타운 등에서 분양 물량이 계속 나온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싸고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인기 사업지여서 당첨되기만 하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 유망 투자상품으로 수도권 토지를 꼽는 팀장이 많다. 국민은행 박 팀장은 “최근 10억원 미만의 토지를 구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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