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집중해부]왜 생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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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실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성인병의 증가로 밤이 두려운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성기능장애 환자로 추정되는 이들만도 1백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성기능장애는 치료가 가능한 병. 최근 미식품의약국이 먹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공인하면서 이들에게 밝은 불빛을 던져주고 있다. 발기부전을 집중 해부한다.

"회사가 부도 직전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욕이 전혀 없어졌지만 격무와 스트레스 탓이려니 했어요. 그런데 얼마전 참다못한 아내의 은근한 독촉에 밀려 몇달만에 관계를 가졌는데 1분도 안돼 남성이 시들고 말았어요." 최근 회사가 벼랑에 서있는 H업체 김모 (남.47) 전무는 이 '실패' 이후 수시로 한숨짓는 아내를 보다못해 비뇨기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김씨의 발기부전및 성욕감퇴의 원인은 뇌 종양으로 인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 때문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한숨으로 시위를 한 아내덕분에 뇌종양 조기치료를 받고 요즘은 정상적인 성생활을 되찾았다.

교사 박모 (39) 씨는 8개월전 아내와의 성관계에서 백기를 든후 이제는 아내가 목욕을 하고 잠옷을 가라입으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고 의사에 호소해 왔다. 검사결과 박씨는 왼쪽 음경동맥의 혈류속도가 감소된 동맥성 발기부전환자였다.

15년전 군대에서 사타구니를 세게 걷어차였던 것이 화근. 맞을 당시 왼쪽 음경동맥이 손상돼 막혔지만 다른 동맥으로부터 가느다란 우회혈관을 통해 음경이 혈액을 공급받아 그간 성생활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발기조직의 탄력성도 감소하고 가는 혈관도 막혀 발기부전 환자가 된 것. 그는 음경동맥혈관 재건술 성공으로 완치됐다.

발기부전은 몸의 질병을 알려주는 적신호며 당연히 '치료받아야 할 병' 이지 쉬쉬하며 감추어야 할 '창피한 일' 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통상 40대 남자의 5%가, 50대는 10%, 60대의 20%가 이같은 발기부전으로 고민을 속으로 삭이고 있는 상태. 성공적인 성관계를 위해서는 음경이 충분히 단단해져야하고 사정에 도달할 때까지 발기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중 어느 하나가 문제돼도 실패하기 마련. 그러나 결과는 같아도 발기부전의 원인은 가지가지다.

크게는 신체적 원인 (70%) 과 정신적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서울대 의대 백재승 (비뇨기과) 교수에 따르면 "가장 흔한 발기부전 원인은 당뇨병으로 인한 혈관.신경계 손상이며 이로인해 환자의 50%가 성생활에 곤역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라고 말했다.

백교수는 "당뇨병환자의 경우 정맥결찰술로 절반정도의 환자는 치료된다. 심한 경우 음경보형물 삽입술을 도입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아내의 대부분이 '나하나만 참으면 되는데 남편을 수술까지 시켜서야…' 라며 수술을 만류해 문제가 안으로 곪아터지는 심각함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최형기 (비뇨기과) 교수는 "만족한 성생활 추구는 남성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점을 이해해 치료를 받도록 적극 권해야 한다" 강조했다. 이외에도 뇌손상.척추손상.말초신경계이상 등이 신체적 원인에 속한다.

결혼한 지 한달이 돼도 초야를 치르지 못한 회사원 한모 (27) 씨의 경우는 '첫날밤을 멋지게 치뤄내야 한다' 는 강박관념때문에 실패한 케이스. 각종 검사결과 음경반응 등이 지극히 정상인 한씨는 '숫총각' 으로 첫 관계를 멋지게 해내겠다는 스트레스에 결국 도중하차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는 것. 이외에도 무지한 성지식.완벽한 성행위에 대한 불안감.상대방의 쾌락에 대한 지나친 의식 등이 발기부전의 정신적 원인이 될 수 있다.

성의학자 정동철박사는 "정신적 발기부전의 치료는 '파트너' 의 협조하에 자신의 성기능이 정상이라는 사실 인식→정확한 성지식 습득→올바른 성행위에 대한 행동치료→등의 단계를 거쳐 대부분 치료된다" 고 밝힌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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