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스튜디오' 전파못탄 애틋한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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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탤런트 신애라로 MC를 교체하는 MBC '사랑의 스튜디오' 가 15일 180회 녹화를 끝으로 MC 이영현 시대를 접었다.3년 반 동안 30여쌍 이상을 부부로 맺어준 이영현이 출산문제 등으로 하차하게 된 것. 그동안 꾸준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온 '사랑의 스튜디오' 는 이날 MC 고별 하이라이트 못지 않게 제작진을 감회에 젖게한 일들이 많았다.

프로그램 성격상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녹화 현장도 달아 오른다.이 때문에 남녀 출연자의 상호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작가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007작전을 방불한다.

하지만 작전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회사원 김모 (29) 씨는 작가가 살짝 귀띔해 준 여성의 인상착의만 믿고 맘에 드는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서로에게 화살표를 던지자" 라고 넌지시 말을 붙였다가 나중에 진행을 도와주는 도우미로 밝혀져 스태프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녹화에 들어가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명장면도 수두룩하다. 특히 마음에 드는 상대방에게 '눈도장' 을 찍기 위해 벌이는 눈치 경쟁은 방청객에겐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눈도장의 효력은 모그룹 비서실에 근무했던 최모 (여.25) 씨가 보여줬다. 이 여성은 틈나는 대로 상대를 바꿔가며 은밀히 눈길을 건네 4명 모두로부터 화살표를 독식하는 수확을 거두기도 했다.

노처녀를 둔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도 접수된다. 대구에 사는 50대 부인은 혼기를 넘긴 딸들을 걱정하다 못해 제작진에게 중매를 간청하는 편지를 보내왔다."출연 신청을 해보고 싶었지만 애들이 숫기도 없고 나이도 많고 해서 엄마가 대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TV에 나가지 않고 배우자를 찾을 수 없을까요. " 제작진은 이 편지에 담긴 애처로운 모정에 잠시 흔들렸지만 불가 (不可) 를 알리는 답신 밖에 보낼 수 없었다.

온갖 이유를 들며 출연자의 연락처를 캐묻는 전화는 정말 성가신 경우. 출연자중 한 명을 사글세방 시절 주인집 딸이라며 부모 전화번호를 물었다가 방송작가들이 일일이 확인을 요구하자 "아껴둔 신랑감이 있다.원래 중매는 나이 많은 어른들이 하는 일" 이라며 버럭 화를 냈던 마담 뚜도 있었다.

출연자 선정도 작가들에겐 여간 신경 쓰이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초기, 남자 최연소 출연자와 세 살 많은 여자 출연자가 끌리는 대로 커플이 됐으나 방송을 본 남자쪽 부모가 "연상은 안된다" 며 완강하게 반대해 결국 헤어지게 됐다는 후문. 출연자로 선정돼도 우여곡절 때문에 못나가는 사연도 있다. 신청 뒤 3개월 동안 소식이 없자 미련없이 이에 교정기를 씌웠다가 출연을 놓치기도 했으며, 신청서를 접수한 날 방송국에서 만난 옛 동창과 사귀게 돼 출연을 거절한 스튜디어스 출신 여성도 있었다.

'사랑의 스튜디오' 는 26일 방송분부터 탤런트 신애라 시대로 탈바꿈한다. 이와 함께 쇼프로 출신들로 작가진을 보강, 프로그램 포맷도 바꿀 계획이다.TV속 미팅으로 색깔을 굳힌 '사랑의 스튜디오' 가 어떤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관심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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