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글로벌 마당발'…태국·베트남 등에 초고속인터넷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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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이용경 KT 사장(오른쪽에서 둘째)과 아란 팜피분 TOT 사장이 태국 푸켓에서 초고속 인터넷 개통식을 하고 있다. [KT 제공]

KT가 세계로 나가고 있다. 국내 기간통신 사업자에 안주하지 않고 러시아로, 중국으로, 동남아로, 시장개척의 고삐를 죄고 있다.

◆ 아시아 진출 교두보 확보=KT는 지난 14일 태국 푸켓에서 초고속인터넷 개통식을 열었다(사진). 250만달러를 받고 초고속 인터넷 운용 기술을 판매한 것이다. 이번 초고속 인터넷 개통은 태국의 도시정보화 계획의 하나로, 태국 제1의 통신 사업자인 TOT가 이 운용 기술을 쓴다.

현재 태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인구(6500만명)의 5% 수준인 350만명. 이 중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는 5만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 태국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200% 이상 급성장하는 등 태국의 정보화는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태국 TOT는 이번 KT의 초고속인터넷 개통을 계기로 인너텟 회선을 크게 증설할 계획이어서 태국은 KT의 주요 수출국으로 꼽히고 있다.

이용경 KT 사장은 이날 개통식에서 "초고속 인터넷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길잡이"라며 "향후 태국 정부와 TOT가 추진하는 정보화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해에도 베트남에 200만달러 규모의 초고속망을 수출했다. KT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낮아 잠재 수요가 많다"며 "KT의 아시아 시장 진출 기회는 유럽이나 남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 세계로 나가야 생존한다=KT는 국내에서 시내.시외.국제전화 등 최대 수익 사업인 유선통신 사업의 침체로 경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마침 세계의 통신시장이 열린 데 힘입어 세계 통신시장을 겨냥한 해외 사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KT는 지난 3월 인도 뉴델리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정보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의 통신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만든 것이다. KT는 10년 전부터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1993년 미국에 KTAI라는 회사를 설립해 정보기술(IT)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90억원. 97년에는 러시아 NTC의 지분 53.6%를 사들였다. 이 회사는 연해주 주민들에게 일반전화.이동전화.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통신업체. 투자 후 몇 년간 적자가 쌓여 고전했지만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연해주 3위 사업자에서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지분도 늘려 현재는 KT가 7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KT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에서 뿌리를 내린 뒤 중동과 아프리카 등의 신흥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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