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물류치료사' 호주의 마틴씨 "물류혁신 시급한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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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호주도 80년대 중반 한국처럼 극심한 불황을 겪었지만 정비가 덜 된 물류시스템을 손질해 경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젠 생산.판매 뿐만 아니라 물류에 큰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해 10월부터 해태유통의 물류센터를 위탁 경영해온 호주 최대의 온도조절 물류 시스템.창고업체인 클리랜즈사의 스타브 마틴 이사 .그는 IMF체제를 조기 졸업하기 위해선 물류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마틴 이사는 지난 20여년간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막힌 물류 및 유통 시스템을 손질해온 '물류 치료가' .해태유통 역시 지난해 8월 경기도광주의 물류센터 자문역으로 그를 초청했다가 능력을 인정, 위탁 경영 책임자로 '모시게' 됐다.

불과 반년 정도의 짧은 기간이지만 그의 '위력' 은 수치로 나타났다.직원을 1백21명에서 88명으로 줄였지만 1인당 물동량은 지난해 7월 9천만원에서 올 3월 1억2천8백만원으로 오히려 42%나 늘었다.운송료 역시 지난해보다 20% 이상 절감시키는 등 전체적인 생산성도 34% 정도 향상됐다.

마틴 이사는 한국에서도 물류센터 건립 등 물류 시스템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개선돼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물류 마인드. "선진국에선 물류 책임자가 이사 등 경영진에 포진해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물류 부문을 지원부서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국내 한 대기업의 첨단 물류센터를 방문했다가 직원들이 물건을 어디에 쌓아 두었는지 못찾아 당황해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물류수준을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한국처럼 부동산.교통 비용 부담이 큰 나라에서 업체마다 물류창고와 자체 수송 수단을 확보하려고 경쟁하는 것은 낭비입니다.

기업들끼리 공동으로 통합 물류센터를 운영하는게 바람직합니다." 마틴 이사는 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70년대부터 물류 부문은 전문업체들이 전담하는 체제로 전환,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생산과 유통을 통제,가급적 창고나 물류센터에 적재해두는 상품의 양을 줄이는 것이 선진국형 물류" 라고 강조하고 "IMF는 한국의 경쟁력 강화에 약 (藥) 으로 작용할 것" 이라는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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