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상품권값 비싸졌다…알뜰쇼핑 수단으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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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명동등 할인시장에서 파는 상품권의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7만원짜리 구두 상품권 등 인기품목은 구경하기도 어렵다.

이는 상품권을 싸게 사서 물건을 사려는 알뜰 소비자들이 늘어난 반면 상품권 중개시장이 위축돼 공급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가격 = 요즈음 서울 명동.압구정동 일대 구두 수선가게나 복권판매소 등에서 액면가 10만원짜리 롯데백화점 상품권 (선불카드 기준) 을 사려면 9만3천원을 줘야한다.지난해 말까지도 8만9천원 내외였다.

8만5천~8만7천원선이던 신세계.현대.미도파 상품권도 석달여만에 모두 9만2천원으로 5천~7천원 올랐다.공중전화카드 모양의 이들 선불카드 (Prepaid Card) 는 종이로 만든 일반상품권에 비해 3천~5천원 쌌으나, 요즈음은 그 격차도 1천원으로 좁혀졌다.

제화 3사의 구두상품권의 사정도 비슷하다.30%쯤 할인되던 금강과 이보다 2~5% 더 할인됐던 에스콰이어 상품권이 모두 25%밖에 할인되지 않고 있다.

◇수요 확대 = 명동의 일부 구두 수선가게는 은행창구처럼 아예 현금을 세는 기계까지 갖춰놓고 있다.한꺼번에 수십만원 어치씩 상품권을 사가는 소비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선물용으로 개발된 상품권이 절약수단으로 용도가 바뀌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롯데백화점본점 파코라반 매장의 김세경 (金世敬.22) 씨는 "30~40대 고객 중 신용카드 이용자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상품권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있는 데다 상품권 액수도 옷값에 거의 일치하도록 맞춰오고 있다" 고 말했다.

◇공급 축소 = 올해 1.4분기중 롯데.신세계.현대 등 3개 백화점이 판매한 상품권 총액은 9백9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나 감소했다.같은 기간중 금강.에스콰이어.엘칸토 구두상품권 발행액수도 1천2백88억원에서 8백30억원으로 35%나 격감했다.

IMF한파가 백화점.제화업체로부터 상품권을 구입해 할인시장으로 넘기는 중간세력들의 발을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원래 백화점 상품권은 급전이 필요한 개인.중소기업들이 신용카드로 구입한 뒤 덤핑업자에게 넘겨 현금화하는 속칭 '카드깡' 물량이 대부분. 그런데 신용카드 악성연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삼성.BC.국민 등 3대 신용카드 업체가 지난해 말부터 신용카드로는 상품권을 구입할 수 없도록 해버린 것이다.

카드깡 대신 어음깡의 비중이 컸던 구두상품권도 IMF사태로 어음거래가 위축되면서 할인시장으로 흘러드는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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