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후계자 김정운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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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언급한 김정운(25)은 지금까지 베일 속의 인물이었다. 김 위원장의 셋째 부인인 고영희(2004년 사망)의 2남이라는 게 알려진 전부였다. 행적도 1990년대 후반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 잠깐 다녔다는 설이 돌 뿐이다. 그때도 친형인 김정철(28)에 가려 있었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철 스위스 대사도 정철을 뒷바라지하는 데 관심이 더 있었다고 한다. 생모인 고씨가 살아 있던 2003~2004년에는 형인 정철을 후계자로 추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고씨는 사망 때까지 김 위원장 곁을 지켰지만 정식 결혼을 한 정실부인이 아니다. 게다가 정운은 차남이어서 후계자로서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그만큼 그와 관련된 정보는 많지 않았다. 출생 연도조차 83년과 84년생이라는 설이 엇갈릴 정도다. 현재 그가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대북 소식통은 “정운이 당과 국방위원회의 중견 간부직을 맡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총정치국·인민군당위원회·국가안전보위부 등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추측성 관측도 나온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사생활에 대한 언급은 금기 사항이다. 고위 탈북자들조차 정운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탈북자는 “정남(38)에 대해선 소문이 돌았지만 정철·정운은 남쪽에 내려와서 알게 됐다” 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의 요리사로 있으며 정운을 직접 만났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따르면 정운은 김 위원장과 성격이 흡사하다고 한다. 그는 자서전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정운이)나와 악수할 때 험악한 얼굴로 노려봤다. ‘이 녀석은 증오스러운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왕자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그의 성격은 이악하고(악착같고) 고집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북한 당국자들이 “장군님은 판단을 정확하게, 결심은 단호하게, 타격은 무자비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언급하는 것과 유사하며 정치적 야심과 강단을 소유한 인물이란 평이다. 또 농구를 좋아하며 패할 경우 패인을 철저히 분석하는 등 승부욕이 강하다고 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평소 정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정은 남달랐다고 한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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