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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사랑의 제단에 ‘디바’는 몸을 던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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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6월 오페라 무대의 테마는 ‘강한 여성’이다. 한국오페라단이 푸치니의 ‘토스카’를, 국립오페라단이 벨리니의 ‘노르마’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연한다. 성공한 소프라노인 플로리아 토스카, 여사제 노르마. 전통적인 오페라 여주인공들과는 달리 강한 성품과 외적인 성공을 두루 갖춘 두 여성이 목숨바쳐 지키려 했던 가치는 무엇일까? 작곡가 푸치니와 벨리니는 공통적으로 ‘사랑’이라고 답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권력자를 살해한 ‘강인한 여성’의 상징 토스카. 거대한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을 그린 오페라 ‘토스카’의 하이라이트다. [한국오페라단 제공]


◆사랑에 무너지는 ‘여장부’=두 작품은 모두 여주인공이 죽음을 택하면서 막을 내린다. 우선 토스카. 그는 열심히 산다. 자신의 경력과 인생을 공들여 가꾸고, 결국 프리마돈나의 자리에 올라서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살인을 하고 정치적 거래를 한 뒤 자신의 목숨마저 끊게 되는 데에는 화가인 애인 카바라도시가 있다. 냉혹한 경찰서장으로부터 애인을 보호하지 못한 상실감으로 토스카가 성 위에서 몸을 던지는 장면으로 3막짜리 오페라가 끝난다.

막강한 권력을 쥔 노르마의 희생은 더 숭고하다. 그는 사랑하는 남성의 변심을 놓고 복수를 고심하던 끝에 마음을 바꾼다. 선택은 자신의 화형. 모든 갈등을 끊어내는 방법이다. 오페라 칼럼니스트 유형종씨는 “요즘 흔히 보는 TV드라마의 불륜 공식에 익숙해있다면 실망하겠지만, 여인의 고귀한 희생을 보여주는 위대한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노르마’ 무대에 선 마리아 칼라스. 그가 부른 ‘노르마’ 하이라이트 앨범이 이달 EMI에서 나온다. [워너-EMI 뮤직 코리아 제공]

◆칼라스의 오페라=국립오페라단은 ‘노르마’의 공연 포스터에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77)의 강렬한 눈빛만 그려넣었다. 1831년 창작된 이래 이 오페라에 출연한 소프라노는 항상 “부족하다”는 평가에 시달려야했다. 고음은 물론 거대한 음량, 강한 표현력 등이 노르마 역에게 요구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가끔 공연되는’ 오페라에 머물러있던 작품을 제대로 끌어올린 인물이 칼라스다. 그는 1952년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에서 강인하고 불같은 노르마를 그려냈다. 칼라스 자신의 고단한 삶과 맞물려 ‘노르마’는 오페라 팬의 가슴을 울리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토스카’ 또한 칼라스의 목소리가 하나의 ‘경전(經典)’이다. 50년 처음으로 토스카 역을 맡은 이후 5개의 녹음을 남겼다. 듣는 이를 오싹하게 하는 드라마틱한 음성은 후대의 소프라노에게 칼라스를 ‘넘지 못할 벽’으로 남겨놓았다.

◆당신의 선택은?=한국오페라단은 ‘토스카’를 세계적 연출가의 손에 맡겼다. 라스칼라, 바스티유 등 전 세계 극장에서 50년 동안 500여편을 연출했던 피에르 루이지 피치(79). 그는 1막의 성당 장면에서 로마교황청의 성당 의식에서 입는 의상을 그대로 제작해 사실감을 살릴 계획이다. 이같은 ‘본바닥’의 연출에 맞게 토스카 역 또한 이탈리아의 소프라노 티치아나 카루소에게 맡겼다.

‘노르마’는 한국의 소프라노 김영미(55)씨를 내세운다. 유럽에 진출한 1세대 성악가인 그에게 관록을 기대한 것. 로마의 압제를 일제시대로 바꾸는 등의 ‘토착화 연출’ 또한 ‘유럽 정통’을 내세우는 ‘토스카’에 대적하는 무기다.

▶토스카=4~7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87-1950.

▶노르마=25~28일 오후 7시30분, 28일 오후 4시 추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 586-5282.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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