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 공동 창업자 이래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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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디지털 음향 재생기인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중소업체인 레인콤의 독주가 화제다.

레인콤의 시장점유율이 올 상반기에도 삼성전자(25%)의 두배 이상인 6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MP3 사업강화를 천명했다.

레인콤의 이 같은 돌풍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있다. 바로 레인콤의 이래환(40) 기술생산담당 부사장(판매조직인 아이리버 사장 겸임)이다. 이 부사장은 양덕준 사장과 공동 창업자다. 그는 회사의 신제품 개발과 판매 등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과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 같은 역할 분담을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1998년까지 삼성전자에 함께 근무한 동료였다. 이 부사장은 그 해 사표를 내고 양 사장과 함께 일주일간 여행을 떠났다. 그는 "부장으로 진급한 뒤 '너는 이쪽 라인, 너는 저쪽 라인'이라는 식의 줄서기가 벌어지는 회사 풍토에 환멸을 느끼고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런데 뜻밖에 양 사장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한 끝에 여행 마지막날 홍콩의 맥주바에서 마음에 맞는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이듬해인 99년 레인콤을 차렸다.

창업 초기 미국 반도체 회사인 시라스로직의 제품을 들여와 파는 일을 주로 했지만 실적은 변변찮았다.

그러다 2001년 1월 MP3 플레이어를 선보였다. 이 부사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 부사장은 삼성에 근무할 때 CDP.DVD.CD-RW 등 '동그란 것은 모두 만들어 봤다'는 음향.영상기기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운도 따랐다. 삼성전자에서 플래시 메모리를 받는데 지난해 초 예측보다 많은 물량을 떠안게 됐다. 하지만 그해 6월부터 플래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MP3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전화위복이 됐다.

레인콤은 내년에는 MP3 플레이어 세계 1위에 도전한다. 미국 애플사가 지배하는 하드디스크 타입 쪽을 강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욕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발리가 아이리버의 전용 케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이 부사장은 "일부에서 MP3폰 성장에 따라 앞으로 MP3 플레이어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디카폰 등장에도 디지털 카메라는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폈다. 이 부사장은 레인콤의 지분 5.5%를 보유, 평가액만 200억원대에 가까운 재산가이기도 하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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