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다모작 시대]2.무턱댄 창업 재기의욕 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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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월 백화점 영업이사에서 포장마차 주인으로 변신한 김호연 (金浩連.54) 씨. 요즘엔 매달 1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오오구이 실내포장마차 아저씨' 로 더 유명해진 金씨지만 퇴직후 2개월 동안은 고민에 휩싸였다.

과연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주위 사람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도무지 안개속을 걷는 기분이었기 때문. 그러나 우연히 포장마차에 들러 '바로 이거다' 라는 해답을 얻었다고. 자신의 창업조건인 현금 (1천5백만원) , 능력 (마케팅.사교성) , 도와줄 사람 (손님)에 딱 맞는다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한달여의 아내 설득후 개업한 金씨는 "오랜 회사 생활을 통해 알게된 많은 지인을 활용하고 사교성을 발휘한다면 적은 자본으로 도전해 볼만하다고 판단했다" 는 것. 그는 "업종선정시 자신의 과거위치에 연연하지 말아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대기업 전무에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변신에 성공한 혜원웨딩의 박종민 (朴鍾敏.53) 사장은 갑작스런 실직을 '취미' 를 활용해 이겨낸 케이스. 朴사장은 지난 91년 D실업 전무재직시 사전통고없이 해고당한 뒤 1년 후인 92년 웨딩드레스 하청업체인 혜원웨딩을 인수해 디자이너로 변신의 발판을 삼았다.

朴사장은 "당시 사양산업으로 여겨진 업종이었지만 퇴직 전까지의 해외영업 능력을 활용해 수출로를 개척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했다.

특히 대학시절부터 스스로 옷을 디자인해 입는등 디자인분야에 남다른 애착도 회사 인수에 큰 작용을 했다는 것이 朴사장의 설명. 그는 사업 1년만에 자신의 '끼' 를 발산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처럼 과감한 결단으로 제2의 인생 설계에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지만 무방비, 무결정으로 한파에 휩쓸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 지난해 10월 연구소를 그만둔 朴모 (31) 씨는 퇴직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막연히 '먹는 장사가 괜찮다' 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지만 막상 사업비용을 알아보니 예상의 두배가 넘었기 때문. 전문가들은 요즘같이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다모작시대' 를 살려면 자신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시시각각의 결단력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헤드헌터업체인 KK컨설팅의 김국길 (金國吉.55) 사장은 "실직기간을 줄이려면 퇴직시 자신의 능력, 동종업계 또는 주변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고 조언. 헤드헌터업계에서는 이곳 인력시장에 나와 스카웃 되려면 영어로 된 전자우편을 자유자재로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영어 실력이 보통 이상은 되어야 하며 동종업계에서 능력있다고 '소문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1년 미만으로 직장을 자주 바꾼 경우 다양한 경력을 우대받기보다 능력도 신뢰할 수 없다는 쪽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창업의 경우 자신이 어떤 일에 맞는지 전문업체의 정밀사업적성검사를 받아보고 대상을 결정하는 것이 필수. 박주관창업컨설팅의 박주관 (朴柱寬.44) 소장은 "막연히 '할 수 있다' 는 생각만 갖고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창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 최근 실패율이 60~70%에 이른다" 고 전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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