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KBS 'TV는 사랑을 싣고' 리포터 이창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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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어, 이 아저씨 여기 웬일이래. 그릇 찾으러 왔나. " 사진촬영을 위해 서소문 골목길에서 잠깐 포즈를 취하는 동안, 거리의 사람들은 백이면 백, 그에게 스스럼없는 인사를 건넸다.초등학생들 사이에 첫사랑 만들기 붐을 일으킨 프로이자 유명인사들을 왕년의 제자로 두었던 선생님들을 가슴 설레게 만든 전국민적 추억찾기 프로 KBS2 'TV는 사랑을 싣고' 의 리포터 이창명. 특히 실물구경도 할 겸,가게 문턱까지 나와 선 중국집 아주머니들의 인사가 살갑다.

"자장면 시키셨죠?아니 짜, 짜, 짜, 짬뽕!" 지하철 안은 물론이고, 특전대원을 태운 수송기에까지 음식배달에 나서는 TV광고의 한 장면. 실제 광고상품은 이동통신이지만, '신속배달' 의 자장면집 주인들도 돈 안든 광고 덕에 공연히 흐뭇하고, 그의 익살스런 표정에 덩달아 시청자도 모처럼 맘편한 웃음을 웃는다.

너나없이 마음이 강퍅한 시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부담없는 웃음을 주는 얼굴이 되기까지 그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92년말 고향 대전에서 올라와 KBS 신인 개그맨으로 뽑혔을 때만 해도 "이제 다 됐다" 싶었던 게 출발. 그러나 감격에 겨워 한턱내면서 긁어댄 카드 빚 외에는 한동안 쌓이는 게 없었단다.

급기야 신용카드사의 블랙리스트에까지 오르게 된 처지. 그 때 은인격인 박태호PD (현 '연예가중계' 연출)가 나타났다. '오버액션이 심하다' 는 간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설 프로 'TV는 사랑을 싣고' 에 리포터로 기용해준 것. '한번 도둑놈은 영원한 도둑놈' 이란 배역운 때문에 단역일 때는 얼굴도 보이지 않으려 했다는 예전 선배들과 달리 그는 '방송에서의 1분은 장난이 아니다' 라는 믿음으로 전력투구를 시작했다.처음에는 5분에 불과하던 사람찾기 과정이 그의 청산유수 말솜씨로 맛이 늘면서 10분, 15분, 때로는 20분까지 늘어났다.

굳은 결심 덕에 저축도 늘어났다.하지만 '행복이 가득한 집' '브라보 신세대' 등 방송출연료와 이런저런 행사 진행료를 합쳐 한 달에 1천만원쯤 되는 수입 가운데 7백만원을 저금하는 요즘도, 단 한 장뿐인 카드는 아내에게 맡겨두고 있다.

카드 빚에 허덕이던 무명시절 만난 아내와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사연만큼의 무게가 그의 말에 실린다.개인적으로는, 이달 말 태어날 첫아기를 자신이 자라온 그대로 "풀어놓고 키우겠다" 고 말한다.

글 = 이후남 사진 =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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