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인류 3총사 판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2009년 프로야구 마운드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가했던 투수들이 주춤한 사이 새로운 얼굴들이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팬들은 김광현(21·SK)·류현진(22·한화)·윤석민(23·KIA)이 형성한 삼각 경쟁에 즐거워했다. 불펜에서 분전한 정현욱(31·삼성)도 관심을 끌었다. 올 시즌에는 기존 에이스들에 맞서는 송은범(25·SK)·양현종(21·KIA)·양훈(23·한화) 삼총사의 ‘도전기’가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송은범, 김성근 감독이 포옹=김성근 SK 감독은 지난달 14일 잠실 LG전에서 완투승(9이닝 4실점)을 거둔 우완 송은범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이어진 포옹. 김 감독은 “힘든 시기를 잘 견뎌 고맙다”고 했다. 김광현은 이를 두고 “감독님이 나는 안아 주시지 않았는데…”라며 부러워했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송은범은 ‘차세대 에이스’라는 기대 속에 2003년 SK에 1차 지명됐다. 그러나 단 한 차례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올해 달라졌다. 하체를 단련해 직구에 힘을 키웠고, 커브를 실전용으로 완성했다.

1일 현재 7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고, 평균자책점(2.17) 3위다. 송은범이 우완 중 최고 성적을 거두는 동안 ‘과거의 우완 에이스’ 윤석민은 선발과 마무리 등 다양한 보직을 소화하느라 승수를 쌓지 못했다.


◆양현종, 김광현에게 도전장=양현종은 올해 치열한 좌완 대결에서 한 발 앞서 있다. 그는 5월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1.94)을 유지하며 5승(2패)을 거뒀다. 김광현(7승·평균자책점 2.51), 류현진(6승2패·평균자책점 4.04)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양현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갑내기 김광현에게 밀렸다. 김광현이 지난해 다승(16승)·탈삼진(150개) 부문을 석권하는 사이 양현종은 ‘유망주’에 머물러 있었다. 양현종은 2007년 KIA 입단 후 2년간 1승 7패에 그쳤다.

양현종은 “최고 좌완으로 불리는 광현이가 부러웠다”고 털어놓으며 “지금 페이스라면 광현이에게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양훈, 국민 감독이 꼽은 에이스=최하위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요즘 “야구가 하기 싫다”고 푸념하면서도 양훈 이야기만 나오면 칭찬을 쏟아낸다. 김 감독은 “한화 투수 중 최고다. 이대로 성장하면 정현욱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훈은 팀내 최다인 28경기에 등판해 2승3패8홀드·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하고 있다. 중간계투지만 이미 규정이닝을 채워 평균자책점 2위에 올라 있다. 양훈은 2005년 입단 이후 지난해까지 1군과 2군을 오가는 투수였다. “당당한 신체조건(1m92㎝·103㎏)을 살리지 못한다”는 혹평이 뒤따랐다. 하지만 올해 제구력이 안정되면서 구위도 함께 살아났고, 체력훈련을 통해 ‘연투 가능한 투수’로 거듭났다.

하남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