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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GM 101년’ 성공학에서 실패학의 대명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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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차별화(Differentiation) 전략, 브랜드 매니지먼트,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누구나 흔히 쓰는 비즈니스 용어지만, 그 기원이 모두 미국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GM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08년 설립해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이 회사는 그간 많은 경영학자의 연구 대상이었다. 마케팅·조직관리부터 전략까지 경영학 전 분야에 걸쳐 GM의 스토리는 늘 ‘성공사례 연구’의 단골메뉴였다. 그런 GM이 이제 ‘실패학’ 연구분야로 무대를 옮겼다. 지난 한 세기 동안 GM을 연구한 많은 경영학 구루(Guru·대가)의 저서를 통해 이 회사 101년 영욕의 역사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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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학 스터디에서=GM 창업 당시 업계 최강자는 포드였다. T형 자동차란 표준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1923년 앨프리드 슬로언이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 판세가 바뀌었다. 다양한 가격대의 차종, 해마다 조금씩 디자인을 바꾸는 차별화 전략 등을 통해 1930년대 미국 1등 브랜드에 올랐다. 케네스 앤드루스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기업 전략의 본질』(1971)에서 당시 GM의 성공에 대해 외부 환경이 주는 기회와 위험, 기업 내부의 강·약점을 절묘하게 고려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도 GM은 승승장구했다. 54년 미국시장 점유율이 54%에 이르렀다. GM CEO이던 찰스 어윈은 52년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뒤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국가(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만큼 GM이 갖는 의미는 대단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40년대 GM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 『주식회사의 개념』(1946)을 저술했다. 내부 관리 측면에서 볼 때 GM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란 내용이다.

70년대에도 성공 신화는 계속됐다. 79년 전 세계 근로자 수가 61만8000명에 달했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30%대에 이르렀다. 그 당시의 연구를 바탕으로 『초우량 기업의 조건』(1982)을 펴낸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은 IBM·GE·인텔·듀폰·맥도날드 등과 함께 GM을 62개 초우량 기업에 포함했다. 경영전략의 거장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역시 『경쟁전략』(1980)에서 GM을 다른 업체에 비해 경쟁우위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실패학 스터디로=그러나 70년대부터 위기는 싹트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 ‘빅3’ 간의 경쟁에 함몰돼 정작 밖을 내다보지 못했다. 일본 차의 공세와 고유가에 따른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린’(Lean·생산 과정에서 시간·물자 낭비를 없애 효율을 높이는 것)이란 생산 방식과 고성능 소형차로 무장해 시장에 들어올 때 GM은 수수방관했다. 오히려 기름이 많이 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소형 트럭 개발에 몰두하는 등 흐름에 역행했다. 여기에 2007년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퇴직자 건강보험기금을 출연키로 합의한 것도 엄청난 부채가 돼 돌아왔다.

결국 GM의 몰락은 현실에 안주하면서 기술 개발에 소홀하고, 노조에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 경영대 박남규 교수는 “60년대만 해도 GM 출신 임원은 다른 기업·대학에서 서로 모셔갈 정도였다”며 “현대 경영학에서 하나의 ‘아이콘’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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