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교도소의 새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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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라는 미국 영화를 보면 교도소의 면회장면이 나온다.갇혀 있는 남자주인공이 면회온 애인에게 눈물을 흘리며 젖가슴을 열어달라고 호소하면서 미친듯이 자위 (自慰) 하는 장면이다.그러려니 싶지만 실제로는 이 정도가 아니다.

20여년전 미국으로 이민 간 한 문인의 이민 체험수기를 보면 미국의 교도소에서는 '섹스를 위한 면회' 도 거의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캠프' 라 불리는 모범수 수용소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그 문인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친구를 면회하기 위해 연방교도소를 찾아갔을 때의 이야기다.건물 밖 마당에 놓여있는 여러개의 테이블에서 면회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주의깊게 살펴보니 곳곳에서 남녀가 부둥켜 안고 이상한 몸짓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결혼한지 두 달만에 들어왔다는 젊은 청년은 아내의 친구들이 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의자에 걸터앉아 하반신을 아내의 가죽코트로 가리고 일을 치르더라고 했다.

그는 그 모습을 '눈물겨운 몸짓' 이라고 표현했다.물론 이같은 행위가 공식적으로 허용될 리는 없지만 모범수들이기 때문에 교도관들도 모르는체 눈감아 주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으며, 특히 잔여 (殘餘) 수형생활을 더욱 '모범적' 으로 보내는데 효과적이라 인식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모범수에게 2일 이상 귀휴 (歸休) 를 허가하는 제도가 있으니 면회중의 모범수가 성행위를 가졌다 해서 큰 탈 날 일은 아닐는지도 모른다.고대부터 중세까지의 감옥이 범죄자를 처벌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구금하는 장소였다면 근대 이후의 감옥은 범죄를 방지하고 범죄자를 교도 (矯導) 하는데 목적이 있다.요컨대 그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수감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시설이나 처우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늘날의 행형제도는 아직도 범죄자의 교도와 교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억압과 통제를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이 짙다.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 체험을 했으니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모범수가 가족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고, 합동접견을 허용토록 하겠다는 법무부의 방침은 '교도소의 새 모습' 에 기대를 갖게 한다.이런 것들이 교도소의 본래 목적을 충족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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