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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안기부]무엇이 달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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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혁된 안기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올 것이며 개혁이 수반할 변화는 어떤 것인가.이종찬 안기부장은 '국민속의, 국민을 위한 안기부' 라 말하고 있다.

우선 가시적으로 나타나게 될 변화는 안기부의 개명이다.안기부라는 이름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만큼 법 개정을 통해 '국가정보부' 로 명칭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는 부훈 (部訓) 역시 '음지에서' 라는 표현이 숨어서 음모나 꾸민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내부공모를 통해 밝고 건설적 내용으로 바꿀 계획이다.

모든 보고서와 결재문서 등을 전산화, '종이없는 안기부' 로 만들 구상이다.이는 보안강화라는 측면도 고려한 것이다.또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중간 결재라인을 대폭 축소하는 것도 큰 변화다.

안기부 정보에 대한 접근도 용이해진다.고급정보가 대통령 1인에게만 보고되고 사장 (死藏) 되는 것은 국력낭비라는 자성 (自省)에서다.

때문에 가공된 정보를 대학.민간연구기관.기업들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유료 서비스한다는 생각이다.언론에 대한 브리핑도 정례화한다.이와 함께 폐쇄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내곡동 청사를 제외한 정보대학원.보국관 등 관련 부대시설에 대한 일반공개 방침도 변화라면 변화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선거개입 등 정치공작이 사라진다는 점이다.안기부측은 도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현행 통신기밀보호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도청하려면 대통령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는 만큼 '안기부의 정치적 중립' 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김대중대통령이 이를 허용할 리 없고 李부장 또한 이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공작.사찰, 선거개입 또한 이젠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정당 등에 파견된 조정관제가 순수히 업무연락을 전담하는 연락관제로 제한운용되고 정치사찰 전담부서였던 정치처와 지역처가 통폐합되는 등의 제도개혁도 한 요인이다.

중요한 것은 내부 분위기라는 설명이다.여러 얘기할 필요없이 "이번 인사에서 숙청된 수많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잘렸는지 직접 목격한 이상 시킨다고 하겠느냐" 는 이른바 '생존의 원리' 를 들고 있다.

여권 고위 당국자는 "초창기 안기부를 파악해 본 결과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과 조직의 절반이 야당후보 낙선을 위해 존재했다는 사실에 金대통령은 깜짝 놀랐다" 면서 그런 만큼 안기부 중립에 대한 金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안기부의 다짐에 선뜻 공감하기를 주저한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안기부 개혁은 단골메뉴로 등장했으나 유야무야됐기 때문이다.여권은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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