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지구 '전·월세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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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달 말 입주가 시작된 경기도 용인 죽전택지지구가 전세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월세 물건은 쏟아지고 있으나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보름 새 5000만원 이상 내린 급전세 물건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죽전지구에서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는 10개 단지 5100여가구.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선 전체 가구의 50~60%는 전세 등 임대로 나오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죽전동 이화공인 김영진 사장은 "임대 수요자는 적은데 경기침체와 물량쇼크까지 겹쳐 월세는커녕 전세물건도 소화되지 않는다"며 "잔금을 빨리 마련하기 위해 주인들이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셋값은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 입주 전인 지난달 1억1000만원선을 호가하던 32~34평형의 경우 입주가 시작되면서 6500만~7000만원선으로 곤두박질쳤다. 45평형은 지난달 1억3000만원선에서 9000만~1억원선으로 떨어졌다. 이는 바로 윗동네인 분당 구미동 32평 전셋값(1억6500만~1억8500만원)의 37~42% 선에 불과하다. 입주한 지 4~9년이 지난 용인 수지보다 싸다. 용인 수지 1.2지구 32~33평형 전셋값은 8000만~1억원선이다.

특히 죽전지구에는 연말까지 1만1000여가구, 2006년까지 1만3000여가구가 추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곳의 물량 공세로 가뜩이나 약세를 보이고 있는 분당.용인 등 인근 전세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분당 구미동 아파트 전셋값은 죽전지구 입주가 시작되면서 500만~1000만원 정도 내렸다. 구미동 선경센츄리21공인중개사 이희 사장은 "죽전 입주 후 전세 소화 속도가 더 늦어지고, 주인이 가격을 낮춰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죽전에 임대물량이 쏟아지는 것은 역전세난이 가장 큰 원인이다. 죽전홈타운공인중개사 유성출 사장은 "기존에 살던 집이 빠지지 않아 임대로 많이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미흡한 기반시설도 또 다른 원인이다. 근린상가나 할인점 등 상권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장을 보려면 분당까지 건너가야 한다.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고등학교는 내년 이후 개교할 예정이어서 서둘러 입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교통여건도 좋지 않다. 분당선 연장선인 죽전역은 일러야 내년 말, 임시역인 보정역도 올해 말께 개통한다. 분당 및 서울을 이어줄 분당~죽전 간 연결도로는 분당 구미동 주민과 성남시.토지공사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 뚫릴 조짐이 안 보인다. 주민 현모(41)씨는 "아직 입주율이 10% 안팎이라 덜하지만 전체가 입주한 뒤에는 교통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이라며 "서울까지 출퇴근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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