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0> 핵무기 어떻게 만드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3면

채병건 기자

핵무기는 사용되는 핵물질에 따라 크게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으로 나뉜다. 우라늄탄은 천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U-235를 사용하고, 플루토늄탄은 원자로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원소인 Pu-239로 만든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라늄탄
① 우라늄 속 0.7%뿐인 U-235 농축시키는 게 관건

우라늄탄을 만들려면 우라늄 광산에서 우라늄을 캐든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우라늄을 사들여야 한다. 한때 핵무기를 개발했다가 모두 없애버린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이번에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모두 우라늄 광산을 갖고 있다. 채광된 우라늄 광석을 잘게 부순 뒤 화학 처리를 통해 만들어진 노란 우라늄 분말을 ‘옐로 케이크(yellow cake)’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를 바로 핵무기 제조에 쓸 수는 없다. 자연 상태에서 얻어지는 우라늄에는 U-235, U-234, U-238 등이 함께 섞여 있는데 핵무기 재료인 U-235는 0.72% 정도뿐이다. 반면 핵무기에 쓰이는 우라늄(고농축 우라늄)에는 U-235가 최소 9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그래서 U-235의 비율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농축이라고 부른다. 2002년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것은 쉽게 말해 북한이 우라늄탄을 만들기 위한 우라늄 농축 작업을 몰래 했다는 뜻이다. 농축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게 ‘원심 분리법’이다. 통에 기화시킨 우라늄을 넣고 고속으로 돌리면 질량 차이로 더 가벼운 U-235가 통 안쪽에 모인다. 이 같은 원심분리기에는 분당 5만 회 이상을 돌리는 고속 회전기술과 마찰에 견디는 알루미늄 합금이나 티타늄 합금이 필요하다. 우라늄탄 제조 때 가장 큰 어려움은 고농축 우라늄을 얻는 과정에 시간과 전기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우라늄탄 1기에 들어가는 고농축 우라늄 25㎏가량을 얻으려면 2m 길이의 알루미늄 원심분리기 2500여 개를 1년간 돌려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② 포신형, 둘로 나눈 우라늄 합쳐 임계질량 넘게

고농축 우라늄은 주로 ‘포신형’ 구조의 핵무기로 제작된다. 핵물질이 핵분열을 일으키기 위한 최소한의 질량을 ‘임계질량’이라고 부른다. 포신형은 우라늄을 두 조각으로 나눠 평소에는 임계질량을 넘지 않도록 배치한 뒤 폭발시킬 땐 고성능 폭약을 터뜨려 서로 합쳐지며 임계질량을 넘기도록 하는 방식이다. 마치 포탄을 쏘듯이 핵물질을 쏴서 서로 합쳐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포신형으로 부른다. 임계질량을 넘기면 U-235가 연쇄적으로 쪼개지며 중성자를 방출하고 막대한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낸다. 이게 핵폭발이다. U-235 1g이 완전하게 핵분열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석탄 3t을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와 같다. 일반적으로 포신형 구조는 제작이 쉽고 성공 확률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플루토늄탄
①원자로 속 ‘사용후 핵연료’에서 재처리해 얻어

플루토늄탄에 쓰이는 Pu-239를 얻으려면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부터 있어야 한다. 원자로에 핵연료(저농축 우라늄)를 넣어 돌리면 핵연료 중 U-238이 중성자와 반응해 Pu-239가 만들어진다. 원자로에서 다 쓴 핵연료(사용 후 핵연료)를 꺼내 여기에서 Pu-239를 빼내는 작업이 재처리다. 일반적인 재처리 방법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잘게 잘라내 질산으로 녹인 뒤 이 중 타고 남은 우라늄과 새로 만들어진 플루토늄을 분리해 내는 것으로 이를 퓨렉스 방식이라고 부른다. 플루토늄은 워낙 독성이 강해 재처리에는 핫셀(hot cell)이나 글러브박스(glove box) 같은 특수 시설과 장비가 필요하다. 핫셀은 투명 납유리로 방을 만들어 내부를 보면서 원격 조종 장치로 작업할 수 있도록 한 차폐 시설이고, 글러브박스는 벽에 구멍을 뚫고 차폐 장갑을 붙여 외부에서 내부를 보면서 수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② 내폭형, 순간적으로 플루토늄 압축해 폭발

이렇게 얻어진 플루토늄(Pu-239가 93% 이상)은 ‘내폭형 구조’의 핵무기로 제작된다. 내폭형은 플루토늄을 고성능 장약으로 둘러싼 뒤 장약을 터뜨려 순간적으로 플루토늄을 압축해 밀도를 높여 임계질량을 넘기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내폭형 구조는 장약을 터뜨릴 때 군데군데 나누어져 있는 플루토늄을 순식간에 동그란 구형으로 균일하게 압축시켜야 하는 난점이 있다. 그래서 포신형 구조보다 구조가 더 복잡하고 기술적으로도 어렵다.

고폭장치  수백만 분의 1초에 핵물질 압축시키는 기술

우라늄탄이건 플루토늄탄이건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핵물질을 순간적으로 압축시키는 폭약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고폭 장치라고 부른다. 고폭 장치는 수백만분의 1초 내에 핵물질을 압축시켜야 하는 만큼 핵무기 제조에서 정밀성이 크게 요구되는 분야다. 고폭 장치가 부실하면 핵분열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다. 고폭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고폭 실험으로,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대신 폭발 우려가 없는 천연 우라늄 등을 넣어 고폭 장치의 성능을 알아보는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1983년 이후 70여 차례 고폭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실험  파괴력 확인 안 하고 실전 배치 하기도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가 핵실험이다. 지하·지표·해저에서 핵무기를 실제로 터뜨려 설계 대로의 파괴력을 내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최근에는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의견도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리틀보이’(포신형 우라늄탄)는 핵실험을 거치지 않고 실전에 사용됐다. 남아공도 핵실험 없이 핵무기를 제조했다. 핵실험 이전 단계에서 성능이 확인된다면 핵실험 없이도 실전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무기 위력은
20kt 터지면 반경 1.5km 내 전원 사망, 건물 완파

핵무기의 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핵폭발 때 순간적으로 핵폭풍이 발생해 주변을 쓸어버린다. 동시에 핵폭발의 중심점에선 수백만 도의 열이 발생해 주변에 화재·화상 피해를 준다. 방사선도 퍼지며 생물과 인체에 해를 입히고 이어 낙진으로 오염이 확대된다.

20kt(TNT 2만t에 상당) 규모의 핵폭탄이 터질 경우 폭발 지점에서 반경 2㎞ 이내의 건물이 완파되고, 4㎞ 이내에선 반파된다. 폭발의 열로 반경 1.2㎞ 이내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고, 4㎞ 안에 있던 이들은 3도 내지 2도 화상을 입는다. 반경 5㎞까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핵폭발 지역에서 30㎞ 떨어져 있어도 폭발 장면을 봤다면 망막 화상을 입는다. 방사선 피해도 진행돼 반경 1.5㎞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폭발 당일로부터 한 달 안에 모두 죽는다. 이어지는 낙진은 반경 40㎞까지 상당한 규모의 오염을 야기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런 20kt의 위력을 내기 위한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양은 각각 고작 25㎏, 8㎏에 불과하다. 그러나 핵무기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이 기준도 내려가고 있다. 우라늄탄은 고농축 우라늄 약 18㎏, 플루토늄탄은 플루토늄 6∼8㎏ 정도만 있으면 20kt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현재는 보고 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뉴스클립으로 e-메일 주세요. ☞ newscl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