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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워킹 앤 토킹'…스물아홉 두 여자 우정과 갈등 그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스물아홉살 두 여자의 우정,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든 결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인데도 왜 이런 얘길 담은 영화가 없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비로소 '워킹 앤 토킹' 이란 영화를 보면서다.

두 여자의 우정을 흔들어 놓는 것은 한 친구의 결혼선언. 있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났는데도, 두 사람은 허우적거리기 시작한다.

결혼을 선언한 로라 (앤 헤치) 는 그녀대로 도무지 예전같지 않고 날로 약혼자의 행동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마음이 편치 않다.

남자친구 가슴에 있는 사마귀가 새삼스레 소름끼치게 싫어지고. 한편, 그의 친구 아멜리아 (캐서린 키너) 는 자신을 엄습해오는 외로움에 당혹스러워한다.

사랑할 맘이 생겨날 것 같지 않던 못생긴 비디오점원에게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자신을 추스리지 못할 정도로. 아멜리아와 폰섹스에 빠져있는 옛애인 프랭크와의 애증의 관계는 또 어떻고. '워킹 앤 토킹' 은 이렇게 두 여자가 겪는 감정의 포물선을 걸으며, 일상에서 대화하듯 빠른 속도로 아기자기하게 그려놓는다.

이 영화에 '사건' 은 아예 없거나 로라 애인의 사마귀처럼 워낙 작아서 없어보이는 것이 특징. 사건을 좇으며 영화를 감상하려 한다면 '워킹 앤 토킹' 은 한편의 시시한 영화로 끝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불발' 의 하룻밤 사랑을 펼치는 비디오 점원 같은 캐릭터들의 개성을 읽어낸다면 영화가 주는 잔재미에 웃음을 내주게 된다.영화에 등장한 남자들이 모두 귀엽고 사랑스럽게 묘사됐다는 사실, 여성들은 이 대목을 놓치지 않을 것 같다.18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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