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머리에 핵 얹고 살게 된 한국은 ‘의식의 전쟁’ 상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6호 02면

21세기 들어 지구상에 두 번의 핵실험이 있었다. 주인공은 우리 민족의 반쪽인 북한이다. 2006년 10월에 이어 지난 25일 두 번째 핵실험을 했다. 로켓 발사→핵실험 이후에도 도발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더니 30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움직임까지 보였다. 한국의 국민장은 개의치 않았다.

북한이 취하는 일련의 행보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핵무기 체계의 완결성’을 과시하기 위해 계산된 패키지형 도발이다. 북한의 목표는 뚜렷해졌다. 핵 보유국 그 자체다. 협상용이 아닌 것이다. 한국은 이제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됐다.

핵무기는 파멸의 안보 수단이자, 절대 공포다. 한 개 투하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핵 보유국과 전선을 맞댄 나라의 재래식 전력은 순식간에 무력화된다. 남한이 599조원을 들여 추진하는 ‘2020 국방개혁’ 같은 전력 첨단화 노력도 무의미한 몸짓이 돼 버린다. 건국 이후, 특히 한국전쟁 이후 이룩한 국가의 부(富)와 외교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발 세계 금융대란을 정밀하게 예견해 닥터 둠(Doom·파멸), 또는 ‘최후의 비관론자’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스턴대학원 교수는 “10년을 지켜봤다. 한국의 기초는 튼튼하다. 현재 학점은 B+이지만 A학점으로 갈 희망이 있다”고 했다. 이런 희망을 북한의 파멸적 위협이 흔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인 일반의 의식이다. “그 핵은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닌데 웬 호들갑인가” “통일되면 북한 핵은 결국 우리가 갖는 게 아니냐” 하는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때는 ‘강경한’ 미국 부시 행정부의 탓이라고 하던 사람들은 이번엔 ‘이명박 정부가 남북 관계를 경색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하자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분명히 할 건 하자. 한반도 평화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핵 실험을 한 북한이 위협한 것이며, 핵실험의 책임자는 부시나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표적 불량 국가이자 예측하기 힘든 나라다. 남한이 햇볕정책을 추진하던 지난 10년 사이에도 두 차례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김정일의 핵은 한국인을 지켜줄 수도, 한국과 무관할 수도 없다. 북한의 핵은 우리에게 파멸적 공포일 뿐이다. 더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통일은 불가능하다. 핵을 가진 통일 한국을 지원할 강대국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을 해체하는 일은 통일의 필수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내부의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 안보에 관한 한 현재의 남북 관계가 ‘의식의 전쟁상태’에 있음을 직시하고 굳센 의지를 공유해야 한다. 불안을 키우자는 게 아니다.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자는 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