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일본정계에 새 다리 놓는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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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회의 의원 5명이 지난달 30일부터 닷새동안 일본에 들렀다.김봉호 (金琫鎬)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 김태식 (金台植) 의원 등 중진들이다.

일본 외무성의 '오피니언 리더 초청사업' 으로 온 이들은 방일기간중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먼저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과 이케다 유키히코 (池田行彦) 전 외상 등 전.현직 외상 5명이 포함된 자민당 외교부회 멤버들과 현안을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다.외교부회는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임이다.

이와 별도로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간사장.야마사키 다쿠 (山崎拓) 정무조사회장.모리 요시로 (森喜朗) 총무회장 등 자민당 3역과도 만났다. 의례적인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시대의 변화를 절감케 하는 환대인 셈이다.

물론 일본측이 그냥 만나준 것은 아니다.과거의 '투사' 에서 여당 중진이 된 국민회의 의원들에게 어업협정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꼬치꼬치 묻는 등 성향파악에 열심이었다.

솔직한 얘기도 듣고 싶어했다.그래서 흉금을 터놓은 대화의 장도 마련됐다고 한다.

사민당을 찾아갔을 때는 도이 다카코 (土井たか子) 당수, 무라야마 도미이치 (村山富市) 전 총리, 덴 히데오 (田英夫) 참의원 의원 등 20여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같이했다.사민당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인연 때문으로 보인다.

스케줄을 보면 일본 외무성의 여당의원 초청은 한.일간 새 파이프 구축을 위한 것이 틀림없다.처음으로 여야가 뒤바뀐 한국 정치상황에서 새 실세들과 교분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사실 일본과의 파이프가 더 절실한 쪽은 한국이다.경제사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현 정부의 일본 인맥이 두텁다고들 하지만 일본내 정치역학관계에 비춰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金대통령의 인맥은 점점 입지가 좁아져 가는 사민당에 치우쳐 있고,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나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 인맥은 옛 세대들이다.

게다가 가토 간사장 같은 이는 북한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내각책임제 정치체제인 일본과는 정당외교가 정부간 접촉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김영삼 (金泳三) 정부 때처럼 총리와 형.아우하는 사이만으로 일본 정당정치의 인의 장막을 헤쳐나가려 해서는 한계가 너무나 빤하다.여당의원의 방일이 새로운 한.일간 정당외교를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영환<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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