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 포템킨 뉴욕禪센터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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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711번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회색 건물이지만 7층에선 매일 오전5시30분과 오후6시30분이면 어김없이 경 (經) 읽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마하밴야 바라밀타 심경 관자재 보살행 심경…사리자 색부리공 공부리색 색측시공 공적시색…" 분명히 우리말 반야심경인데 발음이 좀 수상하다.

소리가 그치길 기다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빨간 머리, 노란 머리, 까만 얼굴, 하얀 얼굴의 사람들이 선 (禪) 수행 과정에서 스승으로부터 받은 화두 (話頭) 인 공안 (公案) 을 풀기 위해 묵상에 잠겨 있다.

우리말의 음만 따서 영어로 옮겨 놓은 천수경.반야심경 등이 이상한 독경 소리의 정체.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불교 신자는 아니다.

한국 불교의 선을 수련하는 뉴욕 선 센터의 도반 (道班) 들이다.

1백명 가까운 도반들은 20대에서 70대까지 교사.회사원.기자.경찰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원장 장 포템킨 (Jan Potemkin.47.사진) 은 80년 한국 불교와 인연을 맺은 후 로드 아일랜드주 프로비덴스에 있는 사찰 홍법원 (洪法院) 등지에서 수련을 거쳐 승려는 아니지만 지도자 자격을 인정받은 율사 (律師) .변호사이기도 한 그에게 선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나의 삶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 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굳이 한국의 불교에서 길을 찾을 필요가 있었을까. 더구나 그는 종교적 전통이 강한 유대인이다.

"기독교 등 서구문명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정신세계를 알기 위해 인도나 중국.일본 등지에서 유래된 여러가지 수행 방법을 시도했다.

중국의 태극권을 익히기도 했다.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 한국 불교의 선이었다."

굳이 '한국' 이나 '불교' 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유대교에서 찾지 못했던 것을 찾았으면 그뿐이고 유태교 고유의 전통을 거스르지도 않기 때문에 가족 공동체와 갈등을 일으키지도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포템킨은 동양의 정신세계에 매료된 미국인의 전형적인 경우. 미국내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은 그가 수행했던 홍법원의 규모를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75년부터 짓기 시작한 홍법원은 미국내 한국불교의 대표적 사찰로 현재 약 13만평 규모를 갖추었다.

포템킨은 "여러 문화가 혼재된 공간이라는 점이 미국문화의 강점인데 선을 비롯한 동양의 다양한 정신.생활 문화가 더욱 많이 들어와 합쳐질수록 미국인의 삶이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고 강조했다.

뉴욕 =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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