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식품시장 군침…음료·과자·술업계 전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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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음료.과자.주류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간의 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사정이 어려워진 국내 기업들이 외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고 다국적 기업들은 이를 한국시장 진출의 호기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를 보면 코카콜라.펩시콜라.네슬레.허쉬.유니레버 등이 해태제과 일부 사업부문과 해태음료.크라운제과 등의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들중 일부에 대해서는 물밑작업을 통해 투자가 성사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입질하고 있는 식품회사는 대부분 간판급이어서 앞으로 국내 제과.음료시장 판도 자체가 뒤바뀔 가능성이 큰 상태다.

외국 기업들이 식품업계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다른 부분에 비해 비교적 수익성이 높고 불황을 덜 타기 때문. 한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코카콜라의 경우 지난해 4억6천만달러에 이어 올해 2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 돈을 슈퍼.편의점 등 국내 유통망 확보에 투입할 예정이어서 국내 음료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코카콜라는 이밖에도 주스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중 외국의 다국적기업에 맞설수 있는 것은 롯데그룹 계열사뿐인 상태. 롯데칠성은 최근 냉장주스 제품을 부랴부랴 내놓고 전국 대리점.슈퍼 유통망을 재무장하는 등 시장 선점 (先占)에 부심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외국 유명브랜드 과자를 물리친 제크.미니샌드.칙촉.생크 등 4개 주력제품에 대한 TV광고를 소나기식으로 퍼부으면서 수성 (守城) 을 위한 정면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 94년부터 미국 나비스코사와 싸워 국내시장을 지키는데 성공하기는 했으나 최근 상황은 종전과 다르다는 위기의식에서 집안 다지기를 강화하고 있다" 고 밝혔다.

롯데칠성은 노골적으로 코카콜라에 전면전을 선언했다.

광고 캐치프레이즈도 '콜라를 마실 것인가, 사이다를 마실 것인가' 라는 식의 도전적 내용으로 내걸었다.

맥주시장 역시 외자기업 위주로 재편될 조짐이다.

지난달 OB맥주가 세계 4위 맥주회사인 벨기에 인터브루와 합작을 결정한데 이어 진로쿠어스맥주도 미국 쿠어스로부터 2억달러 안팎의 추가출자를 받기로 했다.

결국 하이트맥주만 '토종' 으로 남아 양사의 협공에 맞서야 할 형편이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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