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강탈한 임진왜란 승전비, 한국 정부 적극 나서 돌려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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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제가 1904년 강탈해 야스쿠니 신사에 보관 중인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의 국내 반환을 주선하고 있는 일한불교복지협회 회장 가키누마 센신(枾沼洗心.74) 스님이 지난 11일 방한했다. 스님의 이번 방한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그동안 일본에서의 활동과 성과 등을 설명하고 우리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 북관대첩비의 한국 반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설득한 결과 반환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해소됐습니다.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가 외교채널을 통해 지원해준다면 올해 안에 반환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당시 함경도 경성과 길주에서 의병장 정문부(1565~1624)가 지상전 최초로 왜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숙종 32년(1709) 길주의 임명마을(현재 김책시 임명동)에 세웠던 승전비(높이 1m87㎝)다. 1904년 러일전쟁 때 이곳에 주둔했던 일본의 미요시 중장에 의해 일본에 보내져 야스쿠니 신사 한 구석에 세워진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신사 측과 우익 정치인들에게 '일본의 열사를 모시는 곳'에 일본군을 패배시킨 인물의 승전비를 두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설득을 했죠."

가키누마 스님의 노력으로 야스쿠니 신사 측은 99년 '남북한이 조정을 이뤄 한국 정부가 외교 루트를 통해 일본 정부에 정식 요청하면 이른 시일 안에 돌려줄 용의가 있다'며 문서 약속을 해놓은 상태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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