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수감된 권영해씨 "내게 신경쓰지마라" 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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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3일 0시30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권영해 (權寧海) 전안기부장은 병원에서 구속집행 직전까지 "치료를 더 받겠다" "구속하려면 침대째 들고가라" 며 완강히 버텼던 것과는 달리 구치소생활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착직후 權씨는 '의무실 수용까지는 필요없다' 는 의료진 의견에 따라 수인번호 '0098' 이 적힌 수인복을 입고 2.2평의 독방에 옮겨졌으며 오전6시 기상했다. 權씨는 구치소에서의 첫 식사로 밥.북어국.김치.조림 등을 거의 비웠다.

구치소측은 權씨의 건강.심리상태 등을 고려, 權씨 독방앞에 교도관 한명을 특별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중이며 당분간 아침마다 의료진으로부터 건강체크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權씨는 이날 교도관이 조간신문을 넣어주려 하자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절했으나 잠시후 신문반입을 허용하며 교도관에게 "나에게 너무 신경쓰지 말라" 고 했다는 것. 구치소측은 "權씨의 상처는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살이 땡길 뿐 거의 회복된 상태며 3일 오전 운동시간에 1시간가량 아주 느린 걸음으로 산책했다" 고 전했다.

權씨는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부인과 오제도 (吳制道) 변호사를 접견했으며 틈이 날 때마다 매트리스 위에 정좌한 자세로 성경책을 읽었다고 구치소측은 전했다.

한편 權씨는 윤홍준 (尹泓俊) 씨의 기자회견과 관련, "정치권의 대북접촉을 공개할 경우 안기부가 정치에 관여한다는 의혹을 살까봐 지켜보다 지난해 12월6일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명예총재가 '안기부가 색깔논쟁을 유발하고 있다' 고 한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받고 대북첩보원이었던 尹씨가 알고 있는 내용을 공개토록 한 것" 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정영일 (鄭永一) 변호사가 밝혔다.

權씨는 또 '이대성 파일' 은 원래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변호인단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돈·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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