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5가족’ 다세대 제비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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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충북 보은의 한 주유소 건물에 5쌍의 제비가 나란히 둥지를 틀어 화제다. 다세대 제비집이 지어진 곳은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세일주유소의 1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처마 밑. 이 곳에는 지난달 8~18일 5쌍의 제비 부부가 날아들어 보금자리를 꾸몄다.

가장 먼저 살림을 차린 부부가 28일 5마리의 새끼를 부화한 뒤 2세 탄생이 잇따라 현재 둥지 3곳에서 15마리의 새끼 제비가 자라고 있다. 이 곳에는 5년 전 제비 1쌍이 처음 둥지를 튼 뒤 해마다 찾아오는 제비식구가 늘어 현재 제비집이 7곳에 달하고 2곳은 짓는 중이다.

길조인 제비 출현을 첫해부터 반겼던 주유소 주인 박춘식(61) 씨는 매일 아침 둥지 아래 떨어진 배설물을 치워주는 등 정성껏 제비를 돌보고 있다.

박 씨는 “주유소 맞은 편에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155㏊의 친환경 쌀 생산단지와 6㏊의 청보리밭 등이 조성돼 있어 사냥터가 넓고 먹잇감도 풍부한 편”이라며 “올해 많은 새끼가 태어나 내년에는 제비가족이 지금보다 훨씬 불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해 제비 가족과 동거하면서 자연스럽게 습성과 생태 등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그는 “올해 가장 먼저 날아들어 4월 말 새끼를 부화한 부부는 7~8월께 새둥지를 짓고 한 차례 더 번식한 뒤 다른 제비보다 늦은 11월 초 동남아시아로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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