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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일병 사망'조사 공방…감사원 14일부터 특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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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 조사 과정에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이 국방부 전 특별조사단 인길연(38.현 2군사령부 검찰담당관)상사에게서 총기로 협박당했다는 주장을 놓고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의문사위는 13일 특조단 측의 반론을 다시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에 맞서 국방부는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인 상사를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14일부터 특별감사에 들어간다.

◇진실 공방 2라운드=의문사위는 이날 "조사관들이 인 상사의 부인을 폭행하고 자료를 갈취했다는 주장은 날조된 것"이라며 지난 2월 26일 인 상사의 대구 집을 방문해 자료를 입수할 당시의 녹취록을 내놓았다.

녹취록에는 의문사위 조사관들이 인 상사가 보관하던 자료를 갖고 나올 때 인 상사의 부인이 "차도 대접 못하고…"라는 대화 내용이 들어 있다. 분위기가 이처럼 좋았는데 인 상사의 집에 불법 침입해 부인을 폭행하고 자료를 갈취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 상사는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의문사위의 녹취록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의문사위가 제시한 녹취록의 날짜가 2월 26일이 아닌 2월 13일로 기록돼 있어 진위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의문사위가 인 상사를 회유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인 상사는 "조사관들이 청와대 문재인 수석과 열린우리당 이강철 대구시지부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나를 회유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밤 의문사위 박종덕 조사3과장이 "노무현 대통령 오른팔인 이강철 대구 시지부장과 친하니 함께 이번 허 일병 사건을 해결하고 내가 청와대로 들어갈 때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4급 공무원으로 특채시켜 주겠다"는 제의도 분명히 했다고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박종덕 과장은 해명서를 내고 "이강철 지부장 이름을 거론한 적은 있으나 직책을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의문점들=의문사위는 권총 협박을 받았다는 시점(2월 26일)보다 4개월이 지나서야 폭로한 이유에 대해 "안전하고 확실하게 자료를 입수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권총 협박 사실을 밝혔다면 인 상사가 자료를 파기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녹취록 등을 종합할 때 의문사위 박 과장과 인 상사가 총기 위협 사건 발생 이전에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두 사람은 한동안 거래관계를 유지해오다 총기 위협 직전에 관계가 뒤틀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권총 위협의 발단이 된 자료의 실체도 의문이다. DBS(Dirty Black Secret)라는 이름의 파일 등이 포함된 자료는 현재 의문사위가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의문사위는 조사관들이 인 상사 집에서 입수했다가 총기 협박 때문에 돌려준 뒤 공식적으로 되돌려받는 과정에서 참고인 녹취록 등 중요 자료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 상사는 "내가 가진 자료는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이고, 모두 의문사위에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인 상사가 사용한 총기가 권총인지 가스총인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한편 의문사위는 13일 인 상사가 총기 협박 사건 전후인 2월 14일부터 27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전 국방부 특조단장인 정모 대장과 휴대전화로 통화한 내역을 공개했다. 인 상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정 대장과 연락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의문사위 조사관들과의 마찰 사실 등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문사위는 의문사 진상 규명을 위해 통화 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김승현.손해용.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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