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도’가 당시 상황이다. 초점은 백A로 씌우는 수. 백B도 선수라 흑은 전방으로는 나갈 길이 없다. C의 샛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시밭 길이다. 한데 이 절호의 기회에서 쿵제 7단은 저 멀리 백1(실전 96)에 두었고 순간 흑4, 6의 역습이 작렬했다. 백1은 쿵제가 초읽기에 몰린 나머지 시간 연장책으로 둔 수다. A로 씌우면 흑은 C로 올 텐데 그 이후의 수읽기가 어렵자 불현듯 하나 선수를 하고자 했다. 이 모든 정황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불붙은 전장을 놔둔 채 다른 곳을 둔다는 것은 일류 승부사로선 낙제감이다.
박정상 9단은 “패착이 될 것 같다. 이세돌 9단이 이 틈을 놓칠 리 없다. 나도 이런 수를 두다가 (이세돌 9단에게)여러 번 졌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어김없이 적중했다. 전선을 이탈해 멀리 가버린 96과 그 틈을 정확히 찔러버린 99. 쿵제는 이 장면을 몇 번이고 되돌아보면서 서봉수 9단처럼 탄식했을지 모른다. 165수 흑 불계승.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