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손으로 한 땀 한 땀 흉내 못 낼 맵시 만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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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은이 디자인한 ‘폼 덱스프레시옹’ 2009 가을·겨울 여성복

조르조 아르마니와 도나 카렌 본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2005년,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디자이너를 후원하기 위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1회 수상자로 꼽혔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면서 5년 전 폼 덱스프레시옹(형태를 표현한다는 의미. 이하 ‘폼’)을 론칭했다.

-유럽의 멀티숍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얼마 전 런던의 한 멀티숍에 나타나 셔터를 내리고 단독 쇼핑을 즐겼던 베컴이 폼의 옷을 여러 벌 구입했다고 한다).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옷이 이유일 거다. 옛날에는 옷을 다 손으로 만들었다. 요즘은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는 대량생산이 일반적이다. 이탈리아 브랜드의 장점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였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메이드 인 중국’이다. 폼의 옷들은 모두 핸드 메이드로 제작된다. 할머니 봉제사들이 옛날 방식대로 옷을 만든다. ‘이런 거 안 하고 산 지 오래됐는데…’라는 게 그녀들의 투정이자 자부심이다.”

-핸드 메이드를 고집하는 이유는.

“디자인적으로 특별한 장치를 하거나 기술을 쓰면 처음엔 눈에 띄지만 한 시즌만 지나면 누군가 금방 따라온다. 나만의 방법이 필요했고, 핸드 메이드가 결론이었다. 사흘 걸려 사람의 손으로 완성된 옷과 세 시간 만에 공장에서 찍어 내는 옷은 분명 차이가 있다. 나는 ‘옷이 숨을 쉰다’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편안하고 맵시 있는 옷이라는 의미다. 장인들을 찾아내고 작업 시스템을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누구도 함부로 따라할 수 없는 이유다.”

-디자인이 전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고정관념을 깬다는 부분에서는 그렇다. 남자 옷은 각이 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싫어서 흘러내리듯 자연스러운 라인의 옷을 만든다. 여자 옷은 주름이나 꼬임 디테일로 볼륨감을 강조한다. 평면적인 라인은 보디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고 움직임도 불편하다. 폼의 옷은 언뜻 보기에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 듯 보이지만 실제로 입으면 아주 편안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이 옷은 내 옷 같다”는 말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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