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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교복 공동구매 ‘삐그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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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에서 교복 공동구매가 논란을 빚고 있다. 하교하는 중학생들 모습. 조영회 기자

아산지역 일부 교복업체들이 여름교복 공동구매 입찰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아산시 교복공동구매연합추진위원회는 “그 동안 가격 담합으로 폭리를 취해 온 지역 업체들이 생트집을 잡는다”고 맞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8일 교복공동구매추진위(이하 추진위)와 지역 교복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아산시내 6개 중학교와 1개 고교가 참여하는 교복 공동구매 입찰공고가 아산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나갔다. 그동안 개별 학교가 학교별로 공동구매를 추진해 온 일은 있었지만 7개 학교(1300명)가 연합으로 교복 공동구매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의도적인 지역업체 배제”= 6일 아산지역 2개 업체를 포함해 서울, 대전 등에서 5개 업체가 제안입찰에 참여했다. 학교를 대표하는 학부모 18명의 심사를 거친 결과 대전에 있는 A업체가 선정됐다. 지역 업체 중 일부가 “불공정한 입찰”이라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지역 업체인 ‘명성사’ 박정명(72) 대표는 “입찰공고가 나간 4월 말이면 지역 업체 대다수가 이미 많은 물량을 확보해 놓고 판매에 들어 간 시점”이라며 "갑자기 온양중과 아산중 교복 원단을 교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으로 불공정한 입찰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엘리트 학생복’ 아산점 오종우(57)대표는 “아산중, 온양중이 원하는 원단 자체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재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른바 빅3 업체조차 5월말까지 납품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낙찰된 대전업체는 원단 샘플까지 제출하고 기한 내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장담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추진위가 원단교체 사실을 A업체에 미리 알려주고 입찰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동구매 방해한 게 지역업체”= 추진위는 이 같은 특혜 의혹에 대해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며 냉담한 반응이다. “참여하는 학교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찰 조건을 결정했을 뿐 그 어떤 다른 사정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진위 소속 학부모들은 오히려 지역 업체가 그 동안 가격담합으로 폭리를 취하고 교복 공동구매를 방해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영근(43·아산신정중 학교운영위원) 추진위원장은 “개별 학교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하자 지역 업체들이 해당학교 학생들에게만 저렴하게 교복을 공급하는 등 의도적인 방해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또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지역 교복업체와 합리적인 교복 공동구매 방식에 대해 논의해 왔지만 정해놓은 높은 단가를 고집하는 등 배짱으로 일관해 왔다”며 "이제 와서 7개 학교가 뭉치고 참여율이 높아지자 볼멘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원단 교체 여부가 당락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채점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입찰에 참여한 일부 지역 업체는 구비 서류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합리적 개선 방안은= 이번 입찰을 통해 선정된 대전 A업체는 여름철 교복을 7만2000원에 공급한다. 그 동안 지역 업체들이 공급해온 교복 값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불가하다. 학부모 상당수가 지역 업체에 불만을 갖는 이유다. 공동구매에 참여한 학교 학부모 중 일부는 당장 올 겨울 교복과 내년 여름 교복디자인을 아예 교체해 달라는 요구를 학교 측에 할 예정이다.

지역 업체들은 “입찰 탈락으로 이미 지역 5개 업체에 3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내년에 일부 학교 교복이 교체될 경우 재고물량을 소진할 방법이 없어 줄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경우 추진위의 공동구매도 타격을 입는다. 지역 업체가 모두 빠진 상태에서 외지업체 만으로 공동구매 입찰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추진위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일규 아산교육청 학무과장은 “교복 교체는 학교마다 절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유예기간 없이 갑자기 진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학부모 단체가 나서 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에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역 업체와 추진위 사이에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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