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점수제 적용되면 수능성적 어떻게 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대학수학능력시험 표준점수제 도입에 따른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표준점수제가 올해 처음 시행되는데다 계산방식이 복잡한 탓도 있지만 점수체계가 전혀 다른 원점수.표준점수가 함께 공개되기 때문이다.

◇ 원점수.표준점수제의 성적 변화 = 대부분 수험생이 1백점 만점 기준으로 20~80점대에 분포하게 되는 표준점수제 아래서는 원점수제에 비해 상.위권 점수차가 크게 줄어든다.

입시전문기관인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지난해 10일 실시한 모의고사 성적을 기초로 수험생 5명의 원점수.표준점수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실증분석한 결과를 보자. 이중 상.중.하위권 수험생 3명의 원점수는 3백60점.2백80점.2백점이었지만 표준점수는 2백67.81점.2백29.29점.1백90.76점이 나왔다.

상.하위권 학생간의 원점수차는 1백60점이었지만 표준점수차는 77.05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대성학원 이영덕 (李永德) 평가실장은 "표준점수제에서는 상하위권의 수능 점수폭이 줄어 학생부.논술.면접등의 비중이 더 커질 것" 이라고 예상했다.

원점수 차이가 적다면 표준점수에 의해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상위권 두 학생을 비교해보면 원점수는 A학생이 3백60점, A - 1학생이 3백59점이었지만 표준점수는 A학생 2백67.81점, A - 1학생 2백67.93점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98학년도 수능성적을 토대로 원점수.표준점수로 각각 개인별 석차를 산출한 결과 원점수 상위 1%인 3천6백28명중 3.2%인 1백17명의 석차가 표준점수로 인해 뒤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는 원점수에 관계없이 난이도가 어려운 영역에서 점수가 높은 학생일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즉 A학생이 영역별 원점수를 합친 총점에서는 B학생보다 높더라도 B학생이 어려운 영역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표준점수 총점에서는 B학생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표준점수가 전영역에 적용될 경우 가장 불리한 집단은 상위권 학생이고 중.하위권은 이득을 볼 것이라는게 입시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일학원 신영섭 (申榮燮) 평가실장은 "상위권 학생은 어려운 과목을, 중하위권 학생은 쉬운 과목을 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예상되는 문제점 = 원점수.표준점수로 따졌을 때 성적이 달라지는 경우다.

올 수능성적이 나왔을 때 같은 반 A.B 두 학생중 원점수는 A학생, 표준점수는 B학생이 각각 높다고 하자. 두 학생이 원점수로 특차모집하는 C대와 표준점수로 특차모집하는 D대에 각각 지원할 경우 서로 합격.불합격이 엇갈릴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도 "정시모집에서 수험생이 4번 복수지원했는데 대학이 원점수.표준점수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험생의 합격.불합격이 들쭉날쭉 달라져 자칫 혼선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고 말했다.

특히 수험생.학부모가 수능 1~2점차에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대등 상위권 대학 입학전형에서는 학교.학부모간에 표준점수.원점수 차이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원점수에 익숙해온 학부모들이 표준점수제도 자체에 이의를 달고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또 많은 대학들은 표준점수제에서는 상위권 학생의 변별력이 낮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수리탐구Ⅱ만 표준점수를 활용하고 나머지 영역은 원점수를 입학전형자료를 쓰는등 원점수.표준점수를 혼용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원점수.표준점수의 성적산출 방식이 전혀 달라 적용과정에서 자칫 형평성과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이 때문에 미국 토플 (TOEFL) 등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시험의 경우 원점수를 함께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도순 (朴道淳) 원장은 "표준점수제가 처음 도입되기 때문에 갑작스런 제도변화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 올해는 원점수.표준점수를 모두 공개하기로 했지만 2000학년도 수능부터는 원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적극 검토하겠다" 고 밝혔다.

오대영·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