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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전자도서관 사업을 독점한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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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미국 뉴욕 지방 법원은 미래의 디지털 문화를 결정할 중요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저자와 출판업체 대표들이 2005년 구글의 ‘북 스캐닝’ 프로젝트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의 조정안에 대한 판결이다. 2004년 발표 당시 구글은 이 프로젝트가 책 속의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사람들을 도서관과 서점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나온 조정안에 따르면 구글의 책 검색 툴은 디지털 서점으로 둔갑해 버렸다. 조정안엔 전자책의 생산과 판매, 구글이 만들 독점적인 전자 도서관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의 윤곽이 담겨 있었다. 만일 이 조정안이 승인된다면 구글은 수세기 동안 공적 기관을 통해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했던 정보에 대해 독점적인 통제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구글이 우리의 도서관을 사유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번 소송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면 구글이 스캔한 책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건별로 60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 조정안은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는 수백만 명의 이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 책은 저작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고아’ 같은 신세다. 저자가 이미 사망했거나 출판업자가 사업을 그만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런 책들이 1923년 이후 출판된 서적의 50~70%를 차지한다. 구글은 이처럼 저작권이 불분명한 책을 스캔하고 그 이용권을 판매하는 데 대한 영구적인 허가를 얻게 될 것이다. 반면 다른 전자책 관련 사업가들은 이 같은 법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폭넓은 접근성은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권리를 오직 한 회사에만 허용하는 건 그 회사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언론의 자유, 지식에 대한 열린 접근, 보편적 교육이라는 원칙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이 원칙들은 도서관과 출판업계,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이다.

대안은 있다. 구글의 프로젝트와 별개로 현재 수많은 도서관과 출판업자, 전자업체들이 이미 도서의 전자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수백만 권의 책을 자유롭게 찾고, 빌리고, 구매하고,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돈은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 고속도로 100㎞를 건설하는 비용이면 미래 세대를 위해 1000만 권의 전자책을 갖춘 온라인 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의무는 인류가 축적한 지식을 미래 세대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삶을 연구하는 학생이 웹 검색으로 여러 도서관이나 서점에 있는 책을 간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민간 업체 하나가 이런 서비스를 독점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과거에 IBM, AT&T,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자통신회사들의 첨단기술 독점과 싸워 왔다. 이들이 기술혁신과 경쟁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싸움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개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법원이 독점을 허용할 위험에 처해 있다. 풍요롭고 민주적인 미래의 디지털 문화를 위해 독점은 막아야 한다.

정리=유철종 기자 [워싱턴 포스트=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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