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관 관심 끌려면 해외상장 늘려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국내 기업의 해외 상장을 지원하는 전문가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출범했다. 투자회사·로펌·회계법인 등 70여 개의 국내외 기업으로 구성된 ‘캐피탈 익스프레스’는 2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국제 세미나를 겸한 출범식을 했다. 여기에는 나스닥·뉴욕증권거래소·런던증권거래소와 웨스트파크캐피탈·파이퍼재프리·닥매니지먼트 등 해외 투자회사가 참여했다. 국내에선 김앤장·태평양 등 법무법인과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동양종금증권 등이 파트너가 됐다.

해외 상장을 지원하는 전문가 네트워크인 ‘캐피탈 익스프레스’ 세미나가 2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아베 나오미쓰 런던증권거래소 아태 총책임자, 마이클 랩BCM 회장, 웨스트 리그 파이퍼 제프리 주식 담당 이사, 조시 커츠 닥매니지먼트 투자 담당자, 애슐리 애몬 ICR 아시아 총책임자, 리처드 라파포트 웨스트파크캐피털 회장. [연합뉴스]


안병엽 캐피탈익스프레스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그동안 우리 기업이 해외자금을 유치하고 싶어도 복잡한 절차나 높은 비용이 걸림돌이었다”며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유망한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더 쉽고 빠르게 해외에 상장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에 나선 미국과 영국의 증권거래소 경영진은 해외 상장으로 거둘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NYSE유로넥스트의 가스가 나오요시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해외 기업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이 과거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며 “한국 기업도 NYSE 상장을 통해 풍부한 자본과 검증된 투자자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다양한 중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 시장은 여전히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 기업이 해외 상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증권거래소의 아태지역 총책임자인 아베 나오미쓰도 “최근 5년 사이에 한국의 블루칩 기업 8곳이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며 “국제적인 자금이 모여드는 런던거래소에 상장하는 건 기업의 자금 확보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기회”라고 말했다.

런던거래소엔 대신증권·하나투어·현대자동차·KT·한국통신 등 총 14개 국내 기업이 상장돼 있다. 그는 “1995년 상장한 삼성전자의 경우, 시가총액이 엄청나게 증가해 지금은 런던증권거래소의 전자업종 중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나스닥의 에릭 랜드히어 아태지역 총책임자는 “뉴스코퍼레이션·드림웍스 등 많은 기업이 최근 NYSE에서 나스닥으로 옮겨 오고 있었다”며 “거래량이 세계 최대 규모인 나스닥은 성장성 있는 한국 기업을 위한 좋은 무대”라고 말했다. 그는 나스닥에 상장된 160여 개 아시아 기업 중 중국의 검색엔진인 ‘바이두닷컴’과 한국 인터넷쇼핑몰 ‘G마켓’을 성공 사례로 꼽았다.

그는 “바이두닷컴이나 G마켓은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공모가의 4배로 뛰었다”며 “다른 한국 기업도 해외 상장을 통해 아시아 기업에 관심있는 미국의 기관투자가와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나스닥 대표기업으로 이뤄진 ‘나스닥 100지수’에 편입되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피탈익스프레스의 고문을 맡은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환영사를 통해 “금융 분야는 좋아지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아직 회복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시 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기업들이 전문가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해외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