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전쟁은 잘한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 부시 미대통령이 리비아에서 공수해온 핵무기 부품들이 전시돼 있는 테네시주의 오크리지 핵시설을 방문,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크리지 AP=연합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2일 여론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라크전쟁은 잘한 것"이라면서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다. 이라크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격히 늘고,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영입해 기세를 올리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전쟁은 잘한 것"=부시 대통령은 이날 테네시주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라크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더 안전하게 됐기 때문에 전쟁은 잘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이라크에서 언젠가는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될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이날은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도 움츠리기는커녕 거꾸로 이라크전을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주 미 상원 정보위가 "사담 후세인과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성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은 과대평가된 것"이라면서 "그런 사실을 미리 알았으면 전쟁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 결과도 지난해 57%였던 이라크전 지지도가 올 5월엔 49%, 7월에는 45%로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진영은 어차피 이라크전쟁과 안보문제가 대통령선거전의 최대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면 찔끔찔끔 밀리기보다는 배짱으로 밀고 나가는 게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를 결집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크리지 연구소는 리비아가 개발 중이던 핵무기를 옮겨와 저장한 곳이다. 부시 대통령은 일부러 이곳에서 자신의 외교정책이 성공하지 않았느냐고 강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독트린으로 알려진 선제공격론(preemption)도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선제공격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9.11테러의 경험을 언급하면서 "싸움은 적진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정보국(CIA)의 정보판단 실수가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감싸고 돌았다.

◇"북한에는 뭘 했나"=민주당 케리 후보는 "부시가 이라크에 집중하는 동안 북한은 지난해 핵보유 능력을 네배나 늘렸고, 이란도 핵능력을 증대시켰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은 실종됐다"면서 "지난 2년간 전 세계의 핵문제는 더 심각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는 케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라크 문제보다 핵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둘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토론에서는 "이라크전쟁으로 테러가 줄어들게 됐다"는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전 때문에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케리 후보 간의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