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빚 43% 급증…사상 첫 100조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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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환율상승과 경기침체로 국내 30대그룹의 은행빚이 지난해 1년새 40% 이상 늘어나 1백11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신동방.성우.성원건설 등 13개 그룹은 새로 주거래계열로 선정돼 다음달중 해당 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을 맺어야 한다.

은행감독원은 29일 지난해말 현재 은행여신 (대출금과 지급보증을 합한 것) 잔액이 2천5백억원을 넘어 주거래은행의 관리를 받아야하는 계열기업군 (그룹) 은 66개로 지난해 (63개) 보다 3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주거래계열로 선정되면 주거래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 재무구조 개선지도를 받아야 하며, 여신심사와 계열사정보 수집.관리 등을 전담하는 심사역이 은행별로 배치된다.

이들 66개 기업군에 대한 은행권의 총여신규모는 전년말 96조42억원보다 32.2% 증가한 1백26조8천8백12억원에 달해 처음으로 1백조원대를 넘어섰다.

이중 30대그룹의 은행빚은 1백11조2천7백73억원으로 96년말 (77조8천1백87억원) 보다 33조4천5백86억원 (43%) 증가하면서 은행 전체 여신의 25.1%를 점유했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여신은 42.6% (25조5천2백44억원) 늘어난 85조4천2백7억원에 달해 은행권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년새 17.1%에서 19.3%로 급증했다.

은감원 관계자는 여신특별관리대상 기업군들의 은행빚이 이처럼 늘어난데 대해 "협조융자와 같은 대기업 구제금융이 남발된데다 환율급등으로 외화차입금의 원화상환 규모가 크게 불어났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빚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그룹으로 96년말보다 59.6% 늘어난 19조2백58억원에 달해 96년 최대치를 기록한 삼성그룹을 2위로 밀어냈다.

대우.LG를 포함한 4대 그룹의 여신규모 역시 각각 10조원을 웃돌았으며 5위인 한진부터는 그 규모가 뚝 떨어졌다.

한편 새로 주거래계열에 포함된 기업군은 신동방.성우.성원건설.두레.한일시멘트.대한방직.화승.애경.동원산업.한국합섬.신화건설.사조산업.대구백화점이다.

반면 주력업체가 법정관리나 화의절차에 들어간 기아.한라.진로.뉴코아.대농.수산중공업.청구.보성.나산.극동건설 10개 기업군은 주거래계열 지정이 해제됐다.

상위 10대 기업군에서 빠진 곳은 전년도 7, 10위였던 기아.한라며 대신 지난해 12, 11위인 대림.금호가 각각 9, 10위로 열손가락 안에 진입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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