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사 성전암 철웅전사는…]눈지않는 수행 국내 최장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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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철웅선사가 한 수행정진은 장좌불와 (長坐不臥) .본래는 잠을 자지 않는 참선정진이지만 수면을 전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눕지 않고 앉아서 자는 수행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남양혜충 (南陽慧忠.?~775) 국사가 허난 (河南) 성 향엄사 (香嚴寺)에서 40년 동안, 석상경저 (石霜慶諸.807~888) 선사가 후난 (湖南) 성 석상사 (石霜寺)에서 30년 동안 장좌불와를 수행하며 '고목선 (枯木禪)' 이라는 선풍 (禪風) 을 세웠다.

앉은 채 자는 모습이 마치 죽은 나무같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불교계에서는 이같은 수행을 '용맹정진' 이라 부르며 도 (道) 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기나긴 고통을 참아내는 용맹한 수행으로 여기고 있다.

철웅선사는 불성 (佛性) 을 깨닫기 위해 이 용맹정진을 지난 78년 시작했고 올해로 20년이 되어 자신이 쌓은 공덕을 다른 중생에게 돌려주기 위해 산문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성전암을 비롯해 도봉산 천축사 무문관 등 선승들의 수행처가 있지만 요즘은 3년의 용맹정진도 수행하는 스님이 없다.

20년의 장좌불와는 우리나라 불교계에서 최고의 기록이며 많은 선승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 철웅선사는 수행기간동안 직관력을 키우게 돼 얼굴표정만으로도 사람의 번뇌를 두루 살피게 됐다.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선무 (禪武.무술수행).선필 (禪筆.서예수행) 등도 꾸준히 닦았다.

그렇다고 수행기간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많은 불자들이 성전암을 찾았고 철웅선사는 그들을 따뜻하게 맞으며 유머가 섞인 독특한 법문을 펼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철웅선사의 회향에 맞춰 대구 팔공산 파계사는 오는 31일 오후 1시 파계사에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영산대재 및 철웅대선사 초청 대법회' 를 개최한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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