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핵실험 하고 보상받지 못하게 국제사회 공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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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26일 오전 8시30분부터 약 20분간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굉장히 슬픈 사건이다. 한국 국민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겠다”고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러곤 북한 핵실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등에 대한 본격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긴밀한 공조도 다짐했다. 다음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두 정상의 대화 내용.

▶오바마 대통령=“북한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강력한 결의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보리에서 구체적인 결의를 만들어 내도록 노력하겠다.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rock solid).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이 한국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확장돼 있으며 확고하다는 점을 한국 국민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싶다. 특히 북한의 지도자들도 이 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이 대통령=“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대화가 재개되는 등 오히려 북한이 보상을 받았던 경험을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이런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전적으로 공감한다. 6자회담 참가 5개국 간에 긴밀한 조율을 해 나가겠다. (이 대통령이 PSI 전면참여 방침을 설명하자) PSI 참여 결정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환영한다. 한국의 참여가 중요하다. 다른 참여국들도 환영할 것이다. 국제적 지도력을 이 대통령께서 보여준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양 정상은 6월 16일로 예정된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포함한 현안을 자세히 논의키로 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도 15분간 통화했다.

러드 총리는 북한 핵실험을 “도발적인 행위”로 규정하며 “역내 불안정을 가중시키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2006년 핵실험 때보다 규모가 커 국제사회에 위협을 안겨 주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들과의 전화통화에서도 드러나듯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단합과 실질적인 대응’을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도 “정부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이 반드시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이 같은 기조를 분명히 했다.

과거 북한에 대한 압박에 소극적이던 중국과 러시아를 언급하며 “이번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보다 더 강력한 대응을 하게 될 것으로 안다”며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대응을 우리가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을 갖는 것이 핵을 갖지 않는 것보다 북한에 훨씬 불리하다는 점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공고하다는 점을 두번 세번 강조했다”고 전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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