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투신 때 경호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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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할 당시 경호관이 주변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경호관이 곁에 없는 상태에서 혼자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경위를 재수사하고 있는 경남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26일 “이모(45) 경호관이 ‘등산객을 아래로 내려보내고 오니 대통령이 없어졌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경호관이 23일 조사 때와 달리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정토원에 들렀다고 말을 바꾼 데다 정토원장, 정토원 보살 등의 증언과 차이가 나 추궁한 끝에 이 같은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이날 이 경호관을 김해서부경찰서로 불러 3차 조사를 벌였으며 27일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이 경호관과 무전기로 교신한 사저 경호관으로부터 “‘놓쳤다’ ‘보이지 않는다’는 무전 내용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양숙 여사(오른쪽에서 셋째)와 노건평씨(오른쪽에서 다섯째)가 2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지로 거론되는 사저 뒤쪽 야산을 둘러보고 있다. [헤럴드경제 제공]

경찰은 당초 이 경호관의 진술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6시20분부터 45분까지 투신한 부엉이 바위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경호관과 사저에 있던 경호관의 무전 내용 등으로 미뤄 볼 때 노 전 대통령이 경호관을 정토원에 떼어 놓은 채 혼자 투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재수사를 벌여왔다. 부엉이 바위와 정토원은 200m가량 떨어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 ‘담배 가지고 있나’라고 경호관에게 물었다거나 등산객을 보고 ‘누구지’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며 “다만 노 전 대통령이 등산 중 이 경호관에게 같은 말을 했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 경호관이 처벌이 두려워 수사 초기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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