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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옛날 그대로라도 기사는 달라졌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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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5월 19일자 13면 기사 “호남당이 걸림돌 vs 호남당이 디딤돌” 기사는 원내대표 경선과 뉴 민주당 발표를 두고 벌어진, 오래됐지만 지속되고 있는 논쟁의 갈피를 간파한 기사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민주당의 22년째 논쟁을 소개한 기사를 따로 써 의도를 충분히 살리기도 했다. 제목에도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다.

그러나 기사의 기획 의도에 비해 내용은 많이 아쉬웠다. 좋은 기획기사들은 첫째 큰 흐름을 읽고, 둘째 새로운 팩트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셋째 변화의 심층 요인과 내용을 분석해 내야 한다. 결국 새로운 뉴스를 만드는 것이다. 대비해 보자.

첫째, 큰 흐름을 읽었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호남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혔다. 20일자 신문에서 한나라당의 갈등을 ‘바꾸자’와 ‘그냥 가자’는 노선 대립으로 뽑은 것과 비교해도 그렇다. 둘째, 과장하자면 ‘Nothing New(새로운 게 없다)’다. 민주당의 뉴 민주당 플랜이 발표된 시점의 기사라고 보기에는 너무 복기에 치중했다. 셋째, 당사자들의 언급만 있다. 유권자나 지지층·전문가의 의견을 곁들여 분석의 틀을 넓힐 순 없었는지 아쉽다.

기업 홍보를 하다 보니 경제면부터 본다. 경제위기가 닥치고 다른 분야의 변화는 거침이 없다. 그러나 정치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부 기자의 고민도 1987년이란 정치시계에 멈춰 있는 듯하다. 민주당이 뉴 민주당 플랜을 발표했다면 새로운 10년을 앞서 볼 수 있는 긍정의 논쟁을 유도할 순 없었을까? 그러기엔 정치가 너무 구태의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일 기사는 그렇게 기대하고 싶다.

유민영 피크15 커뮤니케이션 대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