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고인배·김갑수 극단 '드라마 파라디소' 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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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연극계의 쾌남배우 세사람이 극단을 만들었다.

'드라마 파라디소' 곧 연극세상이 이 극단의 이름이다.

주역은 배우 김갑수 (41).고인배 (44).조재현 (33) .이 셋을 주축으로 박용수.최일화.이대연.노승진.조용신 등 탄탄한 배우진이 뒤를 받치고 중견 극작가 이만희와 문학박사 이은경 (드라마투르기) 이 막후 지원세력으로 가담, 여느 기성극단 못지 않은 짜임새를 자랑한다.

대표격인 김갑수는 "배우중심의 소극장 연극을 지향한다.

물론 창작극은 우리 극단의 생명선" 이라며 의욕을 과시했다.

첫 작품은 이 신생극단의 생김새를 반영한 듯하다.

제목이 '좋은 녀석들' .언뜻 영화제목 ( '좋은 친구들' 이란 뜻의 로버트 드 니로 주연 '굿 펠라스 (Good Fellas)' ) 이나 혹은 모 방송국의 동명 코미디 프로에서 패러디를 해온 것같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좋은 녀석들' 은 지금도 인기가 대단한 '용띠 위에 개띠' (대학로극장) 의 작가 이만희의 신작이다.

작가 주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서글픈 이야기다.

노사분규 와중에서 노조원들에게 3일간 관속에 감금됐던 중소기업 사장 박장수의 생각의 편린들을 담았다.

박장수외 뚱보.째보.횡보.낭보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박장수의 분신 (分身) .작가는 이런 분신을 통해 주인공의 다양한 무의식의 세계를 그려낸다.

이런 '분신기법' 은 '불 좀 꺼주세요' 등에서 활용된 이만희의 특장이다.

연출은 '난타' 초연 연출자 전훈이며 5월1일 서울 대학로 성좌소극장에서 개막돼 두달간 장기공연된다.

"배우때문에 연극이 존재하는 시대를 열 것이다.

" 영화 '태백산맥' 에서 염상구 역으로 열연해, 스타로 떠오른 김갑수가 던진 연극계 귀향의 변이다.

지금이야 영화.TV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지만 김갑수에게 연극은 언제나 고향이다.

김갑수는 곧 '용의 눈물' 후속으로 선보일 TV사극 (세조때 이야기)에도 출연할 예정인데 "극단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며 겹치기의 애환을 털어 놓았다.

김씨외에 극단 연극세상의 다른 멤버들도 재주가 참 많다.

고인배는 연기보다 오히려 비디오 컬럼니스트로 '필명' 을 날렸다.

극단의 막내격인 조재현 또한 영화.TV를 넘다들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차세대 스타다.

창작극에 대한 연극세상의 관심도는 벌써부터 유별나 보인다.

최현묵 작 '검은 하늘' 과 윤영선 작 '김산의 아리랑' 등 두 작품을 연내 공연작으로 확정해 놓은 상태다.

가뜩이나 어려운 연극계 현실에서 소극장 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힘차게 출발하는 연극세상에 힘찬 박수를 - .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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