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미디어 대전]1.몸집 불리는 강자들…끝없는 영토확장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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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디어업계의 황제' 라는 루퍼트 머독의 한국진출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국내 일각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그러나 머독은 이미 홍콩.일본에 이어 위성방송 분야가 취약한 아시아 대륙을 차례차례 공략해 오고 있다.

인쇄매체부터 방송.영화.인터넷.통신까지 한데 묶어 지구촌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야망은 이미 세계적 미디어업체들의 공통목표가 됐다.

이들의 21세기 패권경쟁과 향후 전략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누가 21세기 미디어업계의 진정한 패자 (覇者)가 될 것인가.

매출액과 보유매체 등을 종합평가할 때 3개의 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미국의 타임 워너.월트 디즈니, 호주의 뉴스 코퍼레이션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몇년전부터 경쟁력강화를 위해 기업인수.합병 (M&A)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수직적 통합을 통해 몸집을 불려놓았다.

경쟁분야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사람들이 보고 듣고 즐길 거리, 즉 콘텐츠 (프로그램이나 음악.영화.정보.스포츠 등) 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는, 확보된 콘텐츠를 수용자에게 더 빨리 전달할 망 (網) 을 어떻게 갖추느냐는 것이다.

최근 미디어업체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은 장차 TV와 컴퓨터.인터넷.전화 등이 통합되는 소위 '융합 (convergence)' 현상이 보편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미국 통신법 개정으로 통신.방송 관련 업종의 겸업 금지가 완화된 것도 경쟁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터넷.디지털방송 등이 각광받을 21세기엔 기존 업체뿐만 아니라 통신.컴퓨터 등의 분야까지 포함된 '대연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타임 워너. '최고의 창작물을 전세계에 내보낸다' 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89년 시사주간지 타임을 발행하는 타임사와 '할리우드의 강자 (强者)' 워너 브러더스가 합쳐져 탄생했다.

96년에는 CNN으로 잘 알려진 터너 브로드캐스팅 (TBS) 을 인수했다.

몸집 불리기를 마친 타임 워너는 96년 12월 TBS계열의 CNN과 타임사의 스포츠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가 합작한 CNN/SI라는 새로운 스포츠뉴스채널을 신설했다.

기존 매체들을 모은 다음 매체간 협력을 통해 합병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타임 워너는 지난해부터 CNN과 타임의 취재진들이 공동제작한 '임팩트' 라는 시사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포천.머니지 (誌) 등 기존 잡지와의 연계성도 높일 계획이다.

타임 워너를 바싹 추격하는 곳은 디즈니와 뉴스 코퍼레이션. 특히 디즈니는 96년 미 3대 TV인 ABC - TV를 손에 넣었다.

디즈니의 인기 프로그램을 황금시간대에 중계하는 등 프로그램 배급망을 한층 강화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인 ESPN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스포츠잡지 'ESPN 매거진' 을 최근 창간했다.

타임 워너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 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올려 히트를 쳤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도 지난 96년 CNN에 대항하는 뉴스전문채널 '폭스 뉴스' 를 출범시키고, 남미에서 위성방송 사업을 시작했다.

또 미국내 12개의 지역 TV방송을 갖고 있는 뉴월드 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했다.

계열 영화사인 '20세기 폭스' 는 지난해 장편 만화영화 '아나스타샤' 를 선보여 만화왕국 디즈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에는 영화 '타이타닉' 으로 최고의 흥행실적을 올리고 있다.

또 프로야구 구단인 LA다저스를 인수, 스포츠에도 진출했다.

이에 따라 이미 프로야구팀을 가진 타임 워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와 디즈니 (애너하임 에인절스) 간의 '야구 대결' 도 볼 만하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몸집 불리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신문.방송에다 영화.스포츠 등 오락분야까지 장악한 미디어업체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데다 마구잡이식 확장이 기업수익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타임 워너는 몇차례의 합병을 추진하느라 1백70억달러나 빚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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