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 국책사업의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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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부고속철도는 계속 짓든지 말든지 끝장을 낼 때가 왔다.

감사원은 이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대통령에게 건의했으며 대통령은 범정부적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경부고속철도를 전면 해부한 감사원은 이 사업이 경제성도 채산성도 없고 부채상환 능력, 재원조달 전망도 어둡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의 결론이 맞다면 이 공사는 즉각 중단하는 게 좋다.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는 미래의 물류난 해소를 위해 경부고속철도 건설은 불가피하지만 단계적으로 건설할 것, 대구~부산간을 직선화할 것 등 몇 가지 보완적인 대책을 제시했었다.

건설교통부측은 단계적 건설시의 경제성 저하 등을 이유로 전구간 조기완공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공사 계속을 주장하는 쪽은 현재의 공사비 17조5천억원이 신뢰할 만한 수준인지, 앞으로 공사비가 자꾸 늘어날 경우 그 때도 채산이 맞을 것인지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17조원이라는 액수 자체도 차량구입비 등 4조5천억원이 누락된 가공 (架空) 의 규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범정부적 결론을 내리려면 감사원 관계자도 참석한 자리에서 공사중단, 서울~대전간 우선개통, 전구간 건설 등의 몇 가지 대안을 놓고 최종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뒷말이 안 나오도록 하는 것이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정부가 할 일이다.

서투르고 설명도 잘못하는 시책은 그만 봤으면 한다.

방황하는 국책사업은 고속철도만이 아니다.

이미 시티폰사업자들은 사업권을 반납해 1년 동안에 5천억원 가량의 투자비.영업비 등을 손해봤다.

주파수공용통신 (TRS) 사업을 개시한 사업자는 가입목표 4만명에 겨우 5백명선을 모집했을 뿐이다.

정부가 기획.입안한 사업의 운명은 대개 이렇다.

앞으로 있을 공기업 민영화 등에서는 제발 똑똑히 일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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