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세계 물의 날]물부족 사태 심각…물소비량 선진국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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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2일은 유엔이 정한 제6회 세계 물의 날. 매년 기념행사가 국내에서도 열리고는 있지만 IMF 한파를 겪고 있는 요즘 수자원의 중요성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가 수자원 확보에 미리 나서지 않으면 '물의 IMF' 라는 엄청난 상황도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물 사정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연간 1천2백74㎜로 세계 평균 (9백73㎜) 보다 31%나 많다.

하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빗물의 양은 연간 2천9백t으로 세계 평균 (2만6천8백t) 의 11%에 불과하다.

인구밀도가 비교적 높은 영국의 4천5백80t이나 일본의 5천5백t에 비해서도 절반 밖에 되지않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들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강수량의 3분의2는 여름철에 집중돼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내는 양이 많다.

따라서 국민 1인당 실제로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은 연간 1천t 남짓으로 아프리카의 리비아.이집트 등과 같이 '물부족 국가' 에 포함되고 있다.

반면 우리 국민 1인당 물소비량은 하루 4백9ℓ로 2백~3백ℓ 수준인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과소비' 를 하고 있다.

수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과소비가 계속된다면 몇년 안에 물부족 사태가 빚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봄철 갈수기에는 포항 등 일부 공업지역에서 물 부족으로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수도권에 새로 건설된 아파트 단지나 공동주택 등에서도 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건설교통부는 2006년에는 연간 4억t, 2011년에는 20억t의 물이 부족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양호나 충주호를 채울 만큼의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용담.탐진댐 등 이미 추진중인 6곳의 댐을 2001년까지 계획대로 완공하고 2011년까지 51억t의 수자원을 추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댐 건설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수몰로 인한 이주민 발생▶댐 주변지역의 경제활동 제한▶생태계 훼손에 따른 환경단체의 반발▶지가.보상가 상승 등의 문제로 댐 건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건교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댐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이 주민.환경단체 등의 강한 반발로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중이다.

환경단체들은 "건교부가 제출한 법안은 환경훼손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댐 건설을 손쉽게 하기 위한 것" 이라며 "대형댐 건설보다 소형댐 건설을, 공급 위주의 정책 보다 물값 인상 등으로 수요를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입장이다.

이에 건교부 유영창 (柳瑩昌) 수자원정책과장은 "경제발전이 계속돼야 하는 우리로서는 물 수요가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 수돗물 누수율을 줄이거나 소비절약도 한계가 있어 댐건설은 불가피하다" 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댐 건설과 병행해 ▶지하수 자원의 개발과 이용▶빗물의 이용▶물을 재사용하는 중수도 (中水道) 보급▶절수기기의 보급▶물 절약 캠페인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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