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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선 94년 정보부의 '러시아 플루토늄 반입 적발'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안기부의 '북풍공작사건' 을 계기로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이 국내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4년전 독일 집권 기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독일연방정보부 (BND)가 공작을 벌였던 것으로 폭로된 플루토늄 밀수사건 처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ND요원들이 모스크바로부터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몰래 들여와 베를린으로 밀거래하려던 밀수범 2명을 뮌헨공항에서 체포한 것은 94년 8월. 당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 사건은 핵물질의 압수와 범인 검거로 핵확산 위협을 잠재운 독일 BND의 승리로 찬양받았다.

이는 수개월후 실시된 총선에서 헬무트 콜 정부의 핵확산방지 치적으로 평가돼 총선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다음해 3월 제보자의 말을 인용, 플루토늄 밀수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BND의 '조작된 작품' 이었다고 폭로함으로써 독일 정계에 큰 파문을 몰고 왔다.

더구나 콜총리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관계에 있던 슈미트바워 총리실 비밀경찰 책임자가 야당 출신의 BND책임자 콘라드 포르츠너 몰래 사건을 계획하고 집행했던 것으로 밝혀져 이 사건은 집권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연방정부기관의 조작이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슈피겔은 이어 콜총리가 사전에 슈미트바워로부터 BND의 음모를 보고받았다는 속보를 냈다.

하지만 집권 기민당은 이를 '허위보도' 라고 주장했다.

콜총리도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의회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는 말로 일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며 오는 9월 독일 총선 정국의 불씨로 남아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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