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 주가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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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국내 증시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그간 국내외 정치적 악재가 증시에 미친 사례를 복기해 보면 이번 사건 역시 직접적으로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시장규모가 큰 데다 정치적 변수에 대한 내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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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직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유례가 없는 일이므로 과거 사례와 견주기도 어렵다. 다만 정치적 긴박성과 그 영향의 지속성 면에서 비교해볼 수 있을 뿐이다.

예컨대 2006년 7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코스피지수는 이틀 동안 소폭 하락한 뒤 곧 회복세로 돌아섰다. 북한 미사일 문제는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돼 왔으므로 추가적인 하락 폭이 크진 않았다. 또 1994년 7월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뉴스였지만 당시 코스피지수는 0.7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증시의 내성은 강해지는 추세다. 지난해 9월 정부 관계자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확인해줬을 때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10.48포인트(0.72%) 올랐다. 지난달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때도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300선을 돌파했고, 원화값도 달러 대비 31원 올랐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주요 기업은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정치적 이슈는 기업가치와 별개”라며 “이번에도 중장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급락을 불러온 정치적 사건으로는 2004년 3월 당시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가 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43% 하락했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한화증권 정영훈 리서치센터장은 “현직 대통령은 경제를 포함한 전체 국가 시스템에 크게 영향을 주지만,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그와 달라 증시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증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1400선을 돌파한 뒤 상승 에너지가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주 후반엔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되고, 지수도 하락했다. 조정 국면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런 때 나온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투자심리를 급속히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는 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과도하게 올라 조정 가능성이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번 일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의 계기를 찾던 증시에 이번 일이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 하락률(12.02%)을 기록했던 9·11 테러 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 며칠 주가가 요동쳤지만 코스피지수는 이후 급반등해 10월 말엔 9·11 테러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물론 사회·정치적 혼란이 커질 경우에 대한 우려는 있다. 현대증권 서용원 리서치센터장은 “정치적인 소용돌이가 길어질 경우 이명박 정부의 개혁입법 처리가 약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관련 종목의 주가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이념 대립이 심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이 매매 패턴을 크게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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