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르면 신루트 된다 … 한국팀 ‘K2 황금벽’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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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루트로 오른다는 것은 지도 없는 여행과 같다. 그것은 한 문장 끝에 붙는 의문 부호와도 같은 것이다.”


슬로바키아의 산악인 도도 코폴드가 2006년 카라코람 히말라야의 거벽 3개를 등반한 뒤 남긴 말이다. 그는 하이나브락·십튼스파이어·울리비아호를 모두 알파인 방식으로 등반했다.

히말라야에서 알파인 스타일 등반을 처음 시도한 이는 전설적인 클라이머 라인홀트 메스너였다. 1975년 메스너는 가셔브롬1봉(8068m) 북서벽을 단 57시간 만에 올랐다. 알프스에서나 행해지던 대담한 스타일의 등반이 히말라야 8000m급 자이언트봉에서도 본격화된 것이다. 알파인 방식으로 카라코롬 히말라야 거벽에 도전하는 국내 원정대가 꾸려졌다. 카라코람 히말라야의 난벽, 스팬틱골든피크(7027m) 신루트 개척을 위해 6월 2일 출발하는 K2스팬틱골든피크원정대(K2코리아·중앙일보 후원, 이하 K2원정대)다.

김형일(41)·민준영(36·이하 K2익스트림팀)·김팔봉(35)·서정환(26) 4명으로 구성된 K2원정대는 산소 사용과 고정 로프를 배제한 알파인 방식으로 고도 차 2000여m의 거벽에 도전한다.

스팬틱골든피크는 파키스탄 북부 카리마바드(훈자)에서 30㎞ 정도 떨어져 있으며, 해질녘 북서벽이 황금빛으로 물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둥처럼 보인다 해서 골든필라로도 불린다.

상단부 1500m는 거의 직벽에 가까운 난벽으로, 혼합등반(눈·얼음·바위 등반)으로 30피치(1피치 50~60m) 이상 기어 올라야 한다. 87년 믹 파울러와 2000년 러시아팀이 개척한 단 두 개의 루트만이 있을 뿐이다. K2원정대가 도전하는 신루트는 골든필라 오른쪽에 형성된 직등 라인으로 고도의 체력과 테크닉을 요구하는 코스다. 신루트로 정상에 오른다면 한국원정대가 새로운 이름을 붙이게 된다.

알파인 등반의 핵심은 초경량 속공이다. K2원정대는 베이스캠프(4600m)에서 정상까지 단번에 치고 올라갈 계획이다. 김형일 대장은 “정상 등반은 5박6일 동안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 90시간 정도 쉼 없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등반은 선등자가 후등자 2명을 끌고 올라가는 ‘삼각점 형태’로 진행된다. 김 대장이 앞장서 루트를 개척하고, 후등자 2명은 뒤따르며 짐을 운반하는 것이다. 대원들의 배낭 무게는 15㎏ 내외, 등반에 꼭 필요한 하켄·스크루·스노바 등 최소한의 장비와 식량, 그리고 침낭이 전부다. 거벽 등반에서 많이 사용되는 포타레지(벽에 매달린 텐트)도 없이 비바크를 하며 강행군한다.

대원들은 지난 4월 국내 최대 암벽 중 하나인 울릉도 송곳봉(430m) 북벽에 신루트를 개척해 ‘Leave No Trace’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 대장은 “암벽 등반에서 흔히 쓰이는 하켄과 볼트를 사용하지 않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름 지었다”고 설명했다.

 김영주 기자

◆알파인 등반=6명 이하의 소규모 원정대가 최소한의 장비와 식량을 직접 짊어지고 정상까지 속공 등반하는 방식이다. 포터나 셰르파, 산소통의 도움도 없고 정찰조도 운영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국내 원정대는 정상으로 가는 길에 수천m의 로프를 미리 깔아 놓은 뒤 공격조가 올라가지만 알파인 방식은 직접 루트를 개척한다. 선등자와 후등자를 연결하는 자일 1~2개만 쓴다. 선등자가 박은 하켄 등 장비는 후등자가 회수한다. 순수한 의미의 등정으로 클린 클라이밍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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