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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에 조문 행렬 … 이틀 동안 15만여 명 다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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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50여 가구 주민들은 24일 일제히 조기를 내걸었다. 마을회관 스피커에서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 느린 곡조의 추모곡이 흘러나왔고, 조문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으로 변한 모습이다.

대한 불교 조계종은 전국 25곳의 사찰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신도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김경빈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분향소는 이날 오전 설치돼 조문객을 맞았다. 공식 분향소는 봉하마을회관 임시 분향소의 바로 옆에 폭 10m 규모의 철제 구조물로 만들어졌다. 그 안에 수천 송이의 국화로 제단이 설치되고, 그 위에 영정·위패가 모셔졌다. 분향소 설치는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영정을 안치하고,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위패를 들고 영정을 뒤따르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술을 따른 뒤 절을 올렸고, 이해찬 전 총리가 참여정부 인사를 대표해 헌화한 뒤 일반인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25일 새벽 1시 반에는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장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관식이 치러졌다.

조문객 행렬은 시신이 안치된 마을회관 옆 분향소에서 마을 입구까지 1.5㎞쯤 이어졌다. 조문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4㎞쯤 떨어진 진영읍 앞 14번 국도까지 정체가 이어졌다.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개혁을 추진했고, 특히 휴전선을 넘어 남북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며 조문했다. 김해시 관광과는 23·24일 이틀간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 수를 15만여 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봉하마을의 장례준비위원회는 추모객이 계속 늘자 10여 명씩 조문하던 것을 한꺼번에 40여 명으로 늘렸다. 손에 하얀색 국화꽃을 든 조문 대기자는 50여m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헌화용 국화도 모자라 김해 시내 농장에서 트럭으로 몇 차례나 실어 날랐다.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 대부분은 노 전 대통령이 뛰어 내린 봉화산 ‘부엉이바위’를 보려고 사저 쪽을 찾아 크게 북적댔다. “노짱님이 저곳에서 뛰어 내리다니…”란 안타까움의 목소리도 들렸다. 40대 여성은 인근 공사장 벽에 달린 노란색 리본에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장례위원회는 조화를 원칙적으로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지만 최규하 전 대통령 유가족과 김대중 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보낸 조화 10여 개는 세워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보낸 조화는 파손됐다. 장례위원회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4일 “국가를 대표하는 이 대통령 조화가 파손되고 설치하지 못하는 것이 유감스럽다”며 “청와대 측에서 다시 조화를 보내왔으나 당장 설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청와대의 양해를 구해 적절한 장소에 보관, 언제 설치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위원회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도 빚어졌다. 노사모 회원 등의 특정 언론에 대한 비난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조문 거부도 이어졌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노사모 회원들을 찾아다니며 제지하고 설득했으나 듣지 않았다.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부산에서 온 이모(45)씨는 “순수한 마음에서 조문을 왔는데 일부의 부적절한 행태를 보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해=이정봉·김진경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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