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 왜 부도났나]빚에 눌리고 매출은 바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국내 1호 백화점인 미도파가 부도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워낙 부채규모가 큰데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매출이 급감, 운전자금마저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도파는 지난해 8월 '계열사 지원만 없으면 홀로서기는 가능하다' 는 채권단의 판단에 따라 1년간 원리금 상환동결 약속을 받아낸 뒤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기울여왔다.

노원 케이블TV와 외식업체 코코스, 대농창업투자 (미도파 대주주) 등을 매각해 마련된 1천4백억원으로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거나 금융기관에 대한 이자를 지급했다.

또 지난해말 과장급 이상 간부 26%를 포함해 남자직원 1백4명을 퇴직시키는 등 인원 정리를 단행했고, 관악컨트리클럽.당주동 빌딩.구기동 체육관 등 서울시내 3개 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놨다.

이번에 부도가 난 1백71억원은 1천5백여개 납품업체에 지급할 상품대금이 대부분이다.

미도파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에는 한달 평균 4백6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IMF 이후 3백42억원으로 떨어져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고 설명했다.

미도파는 지난 1월14일에도 1차부도 (32억원) 를 냈었는데 불안감을 느낀 납품업체들이 현금결제를 요구, 운영자금에 심한 압박을 받아왔다.

미도파측은 현재 화의신청과 법정관리를 놓고 고심 중인데 채권단이나 법원이 화의, 또는 법정관리에 동의할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 현황 = 미도파는 1922년 일제시대 서울명동 (현재 메트로점)에서 '정자옥' 이란 이름의 임대 백화점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1호 백화점. 55년 무역협회에 넘어가 국산품 장려관으로 사용되다 71년 대농그룹이 인수했으며 79년 롯데백화점이 들어서기까지 국내 1위 백화점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80년대들어 ㈜대농 등 그룹사의 엄청난 적자를 떠안으면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 뒤쳐지다 지난해 1~3월 M&A (인수.합병) 회오리에 휘말리면서 생존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M&A 방어비용으로 1천2백88억원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그룹 전체가 회생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미도파는 현재 상계점.메트로점.청량리점 등 3개 백화점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액은 총 5천5백억원으로 유통업계 6위.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